일상은 늘 같다.
이른 아침 절로 눈은 떠지는데 딱히 서두를 일이 없으므로 조금 뒹굴거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어올 태세를 갖춘 마당의 냥이들을 커텐 너머로 슬쩍 훔쳐보다가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당에 한 바가지 길건너 엄니집 마당에 한 바가지 밥을 대령해주고 닭집으로 올라간다.
오르막길이라 아침부터 운동각이다~
요며칠전부터 알을 하나씩 낳기 시작했다. 한놈이 계속 낳는건지 번갈아가며 낳는건지 그건 모른다. 영계암탉이 네 마리니 하루에 한두 개는 낳지 싶다. 알 안 낳는 늙은 암탉 네 마리와 서열싸움에 진 젊은 수탉 두 마리는 조만간 잡아야한다. 어느날이 되었든 산녀 맘 먹는 날이 니들 제삿날이다.
하루에 한 번 아궁이 군불을 지핀다.
솔갈비 넉넉히 처넣고 때는 재미가 아주 좋다.
땔나무는 그닥 넉넉하진 않는데 올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아서 어찌어찌 자래갈듯하다.
사람이 죽으란 벱은 없나벼!
아기냥이 두 마리가 마당에서 자라고 있다. 쟈들 엄마가 아주 당당히 새끼들을 데리고 들어와 살더라. 사골을 끓인 후 기름을 걷어낸 그릇을 굳으라고 내놨더니 저놈들이 와서 핥아먹고 있더라. 근데 기름은 안 먹고 조금 남은 국물만 먹던데~
얘들은 이곳을 지들 터전으로 아주 정해놓고 사는듯하다. 엄마도 있고 이모삼촌아저씨할매할배 다 같이 사니까 겁날 것이 없지 싶다.
아기냥이들이 뭘 먹고 있으면 다들 안 건드리더라. 봉덕이도 봐주던걸~
논에 물이 그득하다. 원래 저 논에 물이 많다.
논 둘레 도랑에 절로 자라는 미나리도 많다. 옛 우물에서 째어나오는 물이 원인이다.
옛날에 모래랑 자갈이랑 엄청 넣고 물길을 뺏는데도 물이 많다.
올해는 벼수확 후에도 물이 많아 볏짚을 못 걷었다.
그대로 트렉터로 갈아버렸지. 논 삶듯이 해버렸다. 그런데 그 뒤로도 물이 흥건히 고이고 또 고여 마치 저수지처럼 되어가길래 이게 뭔 일이여 하고 가봤지…
물꼬가 닫혀있네?! 으잉?! 트렉터가 지나가면서 절로 닫혀졌나?!
삽을 가져다가 물꼬를 두 군데 열어줬다. 물이 콸콸~ 세차게 도랑으로 흘러내려간다.
지나가던 이웃이 볏짚을 썰어넣고 썩히려고 물을 가둬놓은 줄 알았단다.
음… 그런 적 없는데… 싶어 일단 물꼬를 열어둔 후 트렉터로 논을 갈아준 이웃에게 전화를 했지.
놀라운 답변을 들었다…
당신네 손주들을 위한 썰매장을 만들려고 논물을 일부러 가뒀다는…
아뉘 논 주인에게 말도 안 하고 어찌…아주 믿거라 하고 그리 했나보더라.
음음… 놀랬고 좀 맘도 조금 불편했지마는~
겨울에 논물가두고 볏짚 썩히는 일은 좋은 일이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다시 삽들고 가서 열어둔 물꼬를 닫았다.
음음…
올 겨울엔 울 손주녀석이 썰매장으로 쓰진 못하겠지만~ 내년 겨울부터는 자알 쓰겠군!!!
그랴 일단 썰매장 만들어봅세~
할말은 많았지만 우리 농사일을 많이 도와주는 이웃이므로… 또 안 좋은 일이 아니므로…
사전에 양해가 없었다는 중간과정이 생략된 일은 산녀가 한마디만 하고 그대로 묻기로 했다.
조금 소통이 잘 안되는 이웃이라 답답할 때가 많지만 트렉터 콤바인 이앙기 등등 큰 농기계없이 논농사짓기 어려우므로 굽히고 들어갈 일이 좀 많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솔갈비 긁으러 갔다.
온전히 솔갈비만 소복소복 이쁘게 쌓여져 있어 긁기도 좋았더라.
딱 세 푸대 나왔다. 더 긁으려면 더 할 수도 있는데 지난주에 긁어다 놓은 것도 많고 올 겨울 이만치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무꾼은 상당터를 애지중지 아낀다.
특히 이 돌탑가를 참 맘에 들어한다.
뱀들이 저 돌탑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자잘한 돌맹이를 줏어다 메꿔놓는데 열심이다.
지난 가을에 아주 긴 허물을 벗어놓고 간 놈이 있어서 더욱더 돌틈을 메꾸는데 열심이다.
산골사람들은 이 상당이 있는 산쪽으로는 잘 안 온다.
아지매들도 봄철 나물뜯거나 가을철 꿀밤 줏으러 올라올 때도 혼자는 절대 안 올라오고 둘이상 모여 다닌다.
무섭다고… 산녀보고도 어찌 안 무섭냐고? 놀라워한다.
흠… 아주 편하고 좋은데~ 청명하고 맑고 시원하고 좋구만~ 마을사람들은 산녀네를 이해를 못한단다.
그곳 터는 기운이 세고 좀 무섭고 뭐 그렇다나…
흠흠… 저언혀!!!
기운이 맑은건 인정!
아쉬람터 물고기들은 나름 잘 살고 있다.
저 얼어죽은 부레옥잠들을 걷어내 줘야하는데 봄오걸랑 할까 싶다.
겨우내내 물고기들 은신처 노릇되라고 냅두고 있다.
큰 물고기들은 아래에서 살고 아기물고기들이 위로 올라와 놀고간다.
사람 소리가 나면 후다닥 숨어서 잘 안 보인다. 엄청 많은데~
해마다 새끼를 까는듯하다. 크기가 제각각인걸 봐서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