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좀 바람도 불고 추워도 햇살이 좋아서 일하러 나섰다.
나무꾼이 작심하고 나무를 하러 가겠단다!
뒷산 산밭 상당에 지난 여름 폭우에 쓰러진 나무들이 제법 있거든~
그걸 몇 그루 눈여겨 봐뒀다가 이번 겨울에 잘라갖고 올거였다.
나무 한 그루당 저만치 나온다. 여기저기 쌓아두고 운반차를 갖고 와서 실어날랐다.
나무꾼이 전기톱 갖고 나무를 자르는 동안 산녀는 갈퀴를 갖고 갈비를 긁어댔다.
산밭 올라가는 길에 솔갈비들이 엄청 떨어져 있더라구~
참나무잎도 장난아니게 떨어져있고~
왕겨푸대를 여섯장을 갖고 올라갔다.
긁고 긁고 또 긁고~ 하다보니 여섯 장이 그득 차서 더는 못 넣겠더라구…
이 길에서만 여섯 푸대가 족히 나왔으니…
그냥 대충 긁은 건데도 이정도야!!!
돌탑은 아예 긁지도 못했다.
다른 날 푸대를 더 갖고 와야한다. 세상에나~
올 겨울 넉넉히 때겠네!
작년에 돌탑가에서 다섯 푸대를 해날라서 지난 겨울에 야곰야곰 아껴땠었는데…
올해는 그 배를 긁게 생겼으니 아낌없이 때도 되겠다! 신난다~
돌탑 있는 곳에 떨어진 솔갈비는 그대로다.
소복소복 저리 이쁘게 떨어져있다.
다른날 날 좋은 날 잡아서 긁어야지!
여기 올라와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눈이 다 시원하다!
가끔 저기 의자에 앉아 멍때리기를 하면 좋다.
그려려고 갖다놓은 의자다.
아침을 느지막히 먹고 올라와서 해지기 전까지 나무를 하고 갈비를 긁어 담느라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을 일찌감치 해먹었다.
일하다보면 점심 먹으러 산에서 집까지 내려가고 하는 일이 번거롭다.
그래서 대충 때꺼리될만한 걸 바구니에 담아갖고 온다.
다행히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지니까 일을 빨리 끝내기 때문에 도중에 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오늘 땔나무도 한차 그득 하고
솔갈비도 그득 해와서 헛간에 쟁여놨다.
다음주에도 날이 좋으면 나무하러 가겠단다.
나무꾼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나날이다.
솔숲너머 상당은 햇살이 참 잘 드는 곳이다.
물도 흔하고 작물도 그만하면 잘되는 축이다.
하루종일 있어도 사람사는 마을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참 안온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이만한 터가 없다고 올라올때마다 이야기하곤 한다.
다만 고라니와 멧돼지가 놀이터로 삼는 바람에 해가 지고나서는 있기가 참 거시기하다.
앞으로 밤에도 있을 수 있게 농막을 좀 보수할까 뭐 그런 생각도 든다.
확실히 나무꾼과 산녀는 은둔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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