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한 들통 푹푹 삶고 있다.
그 옆에 감자탕용 사등뼈도 한 솥 그득 삶고 있고~
원래는 우거지가 제격이긴 한데 시래기가 더 땡겨서리~
볼품없는 산골 밥상이지만 배부르게 원없이 먹었다.
추운 겨울 시래기 넣은 감자탕은 최고다.
시래기 먹다 물리면 묵은지로도 하고 그것도 물리면 잘 말려둔 우거지로 끓이면 된다.
옛날에 고기가 귀했을때 정육점에서 돼지잡뼈들을 한 봉다리 구해다 곰솥에 묵은지랑 넣고 푹 끓여내면 그리 맛이 있었더랬다. 살점이 거의 안 붙은 자잘한 잡뼈들이었지만 우러난 맛이 제법 좋았었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항시 생각이 난다. 그땐 그리 한 솥 끓여두면 몇날며칠 다 떨어질 때까지 먹곤 했었다.
아마도 봉덕이의 겨울 식량창고를 털은듯 싶다. 저 캔이 지 먹을 거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
나무꾼이 봉덕이가 눈에 밟혀 한두 개씩 사와서 주곤 하던 간식캔인데 들마루 구석에 놔둔 걸 이넘이 가져다가 찔레꽃 나무 아래에 파묻어뒀나보다. 멀리서 뭔 쓰레기가 있나 하고 가서 집어들려다가 ㅎㅎㅎ 놀랬네.
묵은 사골뼈도 나오고 참내~ 여기가 봉덕이 식량창고였어?! 묻으려면 좀 깊이 묻지~ 대충 덤불로 가려놨다가 이제사 드러난겨?!
만약 고양이들이 발견했으면 죄씹어뜯어내서 먹어치웠을텐데~
봉덕이를 불러 캔을 까줬다. 다음부턴 바로바로 먹어치워라~
어제 추운 날씨에 하루죙일 나무랑 갈비 한다고 밖에 있었더니 오늘은 그냥 나가고 싶지도 않아서 대충 돌볼 것만 돌아보고 놀았다.
따스한 햇살 들어오는 온실에 앉아 책 들고 꼬박꼬박 졸기도 하고~
배추 한 포기 꺼내다 배차적 푸짐하게 해먹고~
감자탕 끓여둔거에서 시래기만 왕창 건져먹고~
이 겨울이 가끔 심심하다.
세상은 시끄럽다해도 언제는 뭐 안 시끄러웠나…
세상은 늘 시끄럽다카이~
늦더라도 사필귀정이니라 이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