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올해도 갈비~

산골통신 2024. 12. 5. 11:53

이 산길의 솔갈비에 산녀가 봉덕이랑 오며가며 눈도장을 수시로 찍어놓고 있었다.
작년엔 간발의 차로 이웃 아지매한테 넘겼는데 올해는 산녀가 득템할기다~

이 작은 산골에 정작 아궁이에 군불때고 사는 이는 산녀뿐인데 다들 왜 이 갈비를 탐을 내는겨?!
한데부엌 가마솥에 메주쑬때 불쏘시개로 쓰려는 거 알기는 안다마는
내 쫌 냄겨놨으니 그거나 긁어들가슈~

긁고 긁고 또 긁어서 왕겨푸대로 두 개~ 담았다.

이 산의 길가에 떨어진 솔갈비는 긁기가 아주 좋다.
풀섶에 떨어진 애들도 많지만 그건 긁기가 참 힘들어서리~ 이리 길가에 떨어진 갈비만 긁어도 충분하다.

얘들은 냄겨놨다. 산녀는 그리 야박한 사람이 아녀~ 싹 긁어갈만치 속좁은 사람도 아니고…

내야 군불때니까 마이 필요하지만 당신네들은 그저 메주쑤고 시래기 삶을 때만 쓰잖여~
뭐 하여튼~

작년과 올해 폭우에 이 산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몇그루 쓰러져서 엔진톱으로 베어서 굵고 좋은 놈들은 일한 사람들끼리 나눠가지고 찌끄러기 자잘한 애들은 산녀보고 가져가라네~
흠… 진작 알았으면 내도 그 나누는데 끼었을텐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자잘한 가지들이라도 아궁이 불때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 마르길 기다렸다가 가져올기다.

이번주나 다음주에 상당 돌탑가에 쌓인 솔갈비도 긁어와야한다.
오며가며 눈여겨보고 있다. 한참 떨어지는 중이니 더 쌓이거든 긁으러 가려고~
온겨우내 아궁이 앞에 앉아 솔갈비 처때면서 불멍이나 해야지~
산녀에겐 그게 명상이고 참선이고 수양이다!
온봄내 여름내 가으내 호미질하고 낫질하고 괭이질한 것도 산녀에겐 명상이고 참선이고 수양이니라~
꼭 절간 뜨신 방에 들앉아 꼬박꼬박 졸면서 밥이나 축내는게 참선이 아니라고!!!

그러기 위해선 땔나무도 더 해다놔야하고 솔갈비도 넉넉해야 하느니…
우리 너무나도 공사다망하신 무늬만나무꾼만 믿고 있다가는 안되거덩…
어제도 서울로 대구로 회의가 있어 가야한다나 어쨌다나…

도시장정들은~ 즉 우리 오래비들은 모닥불 놀이에 심취해서리 산녀가 애면글면 모아둔 땔나무들을 죄 쳐때고 간단 말이시…
다음에 오걸랑 산으로 끌고 가서 엔진톱 쥐어줘야징!!! 안되것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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