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제사

산골통신 2024. 11. 17. 17:42

오늘 시어머님 11주기 기일이다.
올해부터 일년에 제사가 두 번으로 줄었다. 모두 제각에서 지내는 시제로 올려보냈다.
설과 추석 명절과 부모 제사만 지낸다.
이또한 내 대에서 마무리하겠노라고 아이들에게 진작부터 이야기해놨다.
내 할 수 있는 때까지만 하고 끝이다. 더는 어떤 제사도 지낼 생각 하지 마라.
니네 엄마 제삿밥 가장 싫어한다.
제사에 올 수 있으면 오고 못온다해서 죄책감같은거 갖지 마라. 쓸데없다!
지금 내가 제사음식을 장만하고 제를 지내는 건 나무꾼을 위한 휠링?!이다.
그리고 내 마음 편하고자 함이다. 습이라는 것이 무섭거든…

산녀는 어려서부터 엄니의 봉제사접빈객 하시는 모습을 숱하게 질리게 징하게 봐왔다. 커서는 그 일을 같이 거들다가 나중엔 혼자 다 감당하기도 했었다.
제삿날은 왜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손님들이 오시면 왜들 빨리 안 가는지… 먹을것이 귀한 시절이라 방마다 그득이었다. 다들 우리집에 오면 굶지 않는다고들 하였다나…

장손줄기로 주욱 내려오는 집안… 산마다 골마다 산소는 왜그리 많은지 그에따라 곳곳에 제후답이 어마어마했다. 시제때는 마을 초입에 제물을 짊어진 제관들과 소작인들이 줄지어 오가곤 했었다.

생전 엄니 늘 하셨던 말씀… 내 다 했다. 내 다 하고 간다. 너희들은 하지 마라! 다 소용없는 짓이다. 정 지내고 싶으면 저녁밥상에 절이나 해라…

시어머님도 일찌감치 제사를 줄이고 묘소들을 정리하고 가셨다. 허례허식이 없고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이셨다.

오늘 간단한 제물을 장만하여 절을 올릴 것이다.
조상이 있어 오고가고 돌봐주고 그런건 없다.
다 마음이다.
좋은 마음으로 하면 그 좋은 행실 덕을 보는 거지 그 무엇이 있어 해주고 그런 건 없다.
다만 예를 차릴 뿐이다.

그 예도 이제 세상이 달라져 다른 예로 바뀌어져 가니 우리 새대에서 끝맺음하고 후대에는 안 넘겨주려는 것이다. 그 뿐이다.

오늘 네 시간여 음식장만을 했다. 전엔 두 시간이면 했는데 이젠 체력이 그마저도 딸리는가 보다.
주로 생전 시어머님 좋아하셨던 것들과 나무꾼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다.
산자들의 위안의 날이다.

자아!
이제 해가 졌으니 메하고 탕을 준비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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