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적을 꿔먹는 계절이 돌아왔다.
어제 무 뽑아 나르다가 수레바퀴에 치여 그만 배추 한통 뽑혀나가~ 그놈 들고와서 배차적을 꿔먹자 했다.
한눈 파는 사이 좀 탔지마는 괘안타!
나무꾼은 맑은 이슬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한하게 작년 가을부터 산녀는 술맛이 없어져버렸다나~ 그래 술은 치우고 점심 대용으로 배차적 네 판 구워 세 판 먹으니 배 부르더라…
배차적은 식어도 맛있다.
겉잎이 워낙 커서 한 장 넣으니 팬이 그득찬다. 겨우 두 장 꾸겨박아 구웠다.
올해 배추가 물이 많고 아삭하니 맛나더라.
두툼하고 구부러진 부분을 칼등으로 도마 위에서 두들겨 핀 다음 밀가루 묽게 개어 적셔서 팬에 기름 둘러 구우면 된다.
이맘때 해먹으면 참 맛있더라.
이 방법을 도시 아지매 한 분에게 가르쳐드렸더니 그분은 배추 노란 꼬갱이들을 한 장 한 장 따로 구워서 접시에 이쁘게 담아서 손님상에 내가니 인기 짱이더라 그러셨다.
무도 얇게 썰어 이리 부쳐먹으면 시원하고 달다.
경상도 제삿상에는 꼭 올라가야 하는 음식이다.
아침내내 흐리고 비오고 꾸무리하더니 점심나절부터 해가 반짝 나고 푸른 하늘 흰구름 두둥실이더라…
이상기온은 맞지싶다.
다음주 추위가 온다하니 제 계절 되찾으려나…
오늘 하루는 그냥 놀았다.
노는 걸 잘해야 하는데 그걸 참 못해…
놀면 시간낭비고 손해고 뒤떨어지는거고 나중에 메꾸느라 더 고생이고 등등…
일 안 하고 가만 있으면 절대 안되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지라…
또 성정머리가 뭐라도 해야만 밥값을 하는 거라 그리 생각하니 이건 뭐 노는게 죄도 아닌데…
이 생각부터 바꿔야 좋겠다…
라는 걸 진작부터 유념해왔지마는 이게 참 안된다구…
산골살이는 해야할 일들이 천지빼까리로 널려있고 대부분이 힘쓰는 일들이고 혼자 하기엔 좀 힘이 드는 그런 일들 투성이다.
대충 현상유지만 하고 나머진 몰라라 하며 살기는 하는데도 날로 체력이 떨어지고 어제같은 일이 안 벌어진다는 보장도 이젠 없다…
그러고보면 이 산골 동네 아지매 아재들은 참 대단들하시다!
때맞춰 농사란 농사는 다 짓고 거두신다.
그러면서 철따라 놀러도 잘 가신다.
가만보면 참 재미나게들 사시더라~
모르지… 그 속사정이야 알 도리 없지마는 하여튼 겉으로 보기엔 그러하더라.
이제 김장만 해놓으면 소소한 월동채비만 남았다.
나무꾼 일터로 가는 절인배추는 다행히 올해는 우리 김장날이랑 일정이 맞아 두벌 일을 안 하게 되었다.
그날 날이 덜 추웠으면 좋겠지만 뭐 추우면 추운대로 해야지 어쩔 수 있나.
올해는 몇 포기를 해야하나… 점점 식구가 줄어드니 많이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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