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바쁜 봉덕이~

산골통신 2024. 11. 21. 17:13

뭔가를 파기에 몰두하면 아무리 가자해도 말 안 들음.

거기 두더지 구멍인지 뱀구멍인지 하여튼 지가 멧돼지도 아니고 엄청나게 파놓는다.
그리 들이팠어도 한번도 뭔가를 잡은 적은 없었다.

오늘 산책은 뒷산 한 바퀴 돈 다음 저 아래 냇가로 가봤다. 농사일이 마무리가 되어 남아도는게 시간인지라 이제부턴 일삼아 산책이다!

가다가 만난 보뜰논 볏짚 묶음~
산골마을에서 유일하게 기계로 걷지 않고 손으로 걷어 묶는 집 논이다.
집 마당 작은 축사에 소 서너 마리를 키우는데 이 볏짚단을 집에서 먼 헛간으로 가져다 쌓아두고 매일 아침 소한테 갖다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석양빛이 내리쬐어 참 따뜻한 느낌~
예전엔 논에 크고 작은 짚가리를 쌓아놓고 한잠 재운 다음 필요할때마다 가져갔었는데 이젠 다들 여유 헛간들이 있어서 바로 비를 맞추지 않고 가져간다.

짚가리를 쌓는 방법을 배웠었다. 어찌하면 비가 들이치지 않고 또 안 무너지게 쌓는지 그것도 기술이 좋아야했다.
한동안 두어서 볏짚 부피가 눌려 좀 줄어드는걸 한잠 재운다고 하는데 그 무렵이면 동네 아이들 놀이터가 되곤 했었지. 이젠 그 모습 볼 일이 없겠네…

이렇게 볏짚 묶어 세운 것도 참 오랜만에 본다.
이 집 오래비는 혼자 농사짓고 소를 키우는데 부인이 태국인이다. 농사일을 모른다.
시내 식당일을 나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
오래비가 오토바이로 시간맞춰 버스정류장까지 태워가고 태워온다.

이 오래비 경운기 모는 소리는 특이하다.
매일 이른 아침 소똥을 긁어 담아 싣고 산녀네 집앞을 지나가는데 돌아올 때는 짚단을 싣고 간다. 짚단 보관하는 비닐하우스로 지은 헛간이 우리집 앞에 있다.
그 소리에 잠이 깰 때가 많다.  참 부지런하고 부지런하시다. 그 오래비 전부인은 사별인데 산녀랑 동갑이었다. 아이셋이 중고등 다닐 무렵 병으로 죽었다. 그 무덤이 우리 닭집에서 마주 바라보이는 산자락 밑에 있다.
무심히 유심히 눈길이 가곤 한다.
화통했고 경우가 바른 사람이었는데 머리에 병이 있어 가끔 정신이 온전치가 못했더랬다. 그래서 마을에서 기피하곤 했었는데 산녀는 그리 생각안했다. 가장 인성이 좋고 바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살아있었으면 산녀랑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을텐데 참 아쉬운 사람이다.

오늘은 별다른 일 안 했다.
말린 고추 봉다리를 모조리 꺼내어 다시금 추려담은 일이 전부다.
이번주말에 김장을 당겨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주는 춥다카네~
낮기온이 10도 언저리에서 4도로 떨어지면 아이구 추버라~
마을 집집이 모두 배추를 거둬들였다.
다들 이번주에 김장할건가보다.
그러면 산녀네도 해야징~
다음주는 다음주 나름으로 또 일하면 되고 좀이라도 덜 추울때 해치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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