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제 김장하지 맙세~

산골통신 2024. 11. 27. 09:26

이번 김장은 산녀와 나무꾼 둘다 힘 좀 들었다.
산녀는 올해들어 체력이 마구 딸리기 시작하야 심신이 좀 피곤한 상태였고
나무꾼은 원래 좋은 적이 없었던 사람이고…
작년 김장 버무리기는 산녀 혼자 했어야 했잖여…

아이들이 같이 해주기로 했었지만 각자 인생에 중대한 상황들이 발생하야 다들 발만 동동… 오지 말라 막았다.

김장포기수를 대폭 줄이기로.. 항상 하다보면 결국엔 70~80포기가 넘기 일쑤였어…
그걸 30포기로 팍팍 줄이기로! 근데 산녀가 산수를 못하야 언제 어디서 7포기가 끼어들어 37포기가 되어버렸넹 ㅎㅎ

다음 주말엔 춥다카고 눈비온다카고 어쩌고 해싸서리 미리 일주일 당겨서 우리만 김장을 하기로 했다. 도시장정들 배추절여가고 나무꾼 일터로 절임배추 가져가는 건 추워도 장정일손들이 있으니까 덜 힘들잖여. 그걸 우리 김장하고 같이 하게되면 날도 춥고 서글프다 생각되어 우리 김장은 당겨서 치렀다.
다행히 지난 주말 날도 따시고해서 김장은 자알 했다마는 나무꾼은 몸져눕기 직전이고 산녀도 몸살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럼에도 김장을 마치고 나무꾼은 부산으로 중요 회의가 있어 먼길을 떠나야만 했다나…
우리나라가 좁다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이다.
나라에서 훈장 하나 줘야혀!!! 노벨평화상이 일본측으로 간건 좀 그랴… 공동수상이었어야 했어… 그래도 시상식에 우리측 대표 한 사람이 간다하니 존재감은 쬐끔 표할 수 있으려나… 뭐 하여튼…

배추가 통이 커서 사등분을 냈어야 했다.
반포기도 무거워서 한 손으로 들기도 힘들었다. 올해 배추농사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얘들이 힘을 내줘서 자알 자랐다. 무는 완전 망했지마는…
그래도 이차저차 끙끙거리며 배추를 뽑아 절이고 씻고 양념 만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내 안 하면 뉘 해줄 사람이 없는고로…
나무꾼은 다른건 다 못하게 하고 배추와 양념 나르는 것만 시켰다.

올해 김장도 맛있게 되었네~ 그날 저녁밥상에 올린 배추 한 포기가 양념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남은 양념은 팩에 소분해서 담아 냉동고에 처박았다. 일년 두고 먹을 아주아주 요긴한 양념이다.

나무꾼을 서둘러 보내고 산녀는 시내 병원 순례를 한바탕 한 다음 약봉다리를 한가득 받아서 집으로 왔다.
날씨가 하수상하야 밭에 뽑지 않고 놔둔 배추들이 걱정되어 마을 아지매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배추는 얼어도 곧 녹지마는 자꾸 반복이 되면 질겨지고 맛이 떨어진다나…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밭에 남은 배추들을 모조리 뽑아 비닐하우스 안으로 날라 무져놨다.
오르막 내리막이라 무쟈게 힘들었지만 이래 해놔야 내 맴이 편하다고라…
이리 냅둬서 배추가 눈비맞고 얼어버리면 그 동안에 쉬고 있는 내 맴이 편하겠냐고오…
그 다음날부터 비가 퍼붓고 얼음 얼고 오늘은 눈까정~
고로 산녀 정신건강을 위하야 몸을 쪼까 혹사했네… 미안타 쥔장 잘못만나 고생이다 몸아!!!

그뒤로 아무것도 안 하고 푹푹 쉬었다.
유튜브엔 볼 것도 많고 읽을 책도 많고 햇살 따신 온실에 들앉아 썬텐?! 하며 놀았네…
그리고 이제사 정신이 좀 나서 글 하나 톡톡 치고 있다.
밖에는 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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