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골짝에 노친네들 운동하라고 운동기구를 갖춰놓았다.
구마을회관이 허술하고 아궁이 불때는 오두막이라 나라에서 이따만하게 지어주고는 그 어느해인가 회관 마당에 운동기구 세가지를 갖다 설치해줬다.
산녀 기억 속에 그거 하는 사람 본 적이…
어쩌다 일년에 한두 사람 하는 시늉하다가 그냥 가버리는~
또 그 앞에 팔각정 정자 근사하게 하나 지어주었다.
거기서 앉아 쉬는 사람 본 적이 그러니까 있었던가?!
내 기억에 일년에 한두 번?! 그것도 일부러…
오늘 작심하고 그 운동기구를 써보겠노라고 나섰다.
봉덕이가 따라붙는걸 몰라라하고~
저 건너 응달말에서 쳐다보는 이가 있는데 에라 쳐다보거나 말거나~ 꿋꿋이 운동기구 셋을 돌아가며 한번씩 해치웠다.
그러고는 정자에 턱 걸터앉아 쉬어보는데…
다 좋구마는 에구 춥다~
날 좋은 날엔 농사일해야지 어디 여그와서 놀 새가 어디있누?!
이 정자 짓는 값이 얼마였더라?! 꽤 비쌌던걸로 아는데…
이 쪼맨한 마을에 정자가 그러니까 넷이나 된다. 단 하나도 이용하는 이가 거의 없다는기 참 ㅎㅎ 이 골짝 사는 가구 수가 열댓인디…
마을입구에 하나 있고 마을 한가운데 하나 있고 회관 앞에 하나 있고 몇달전 뜬금없이 저짝 응달말에서 양달말로 오는 길목 빈집터에 느닷없이 정자가 하나 떡하니 세워져있더라. 이게 뭐냐고 물으니 면에서 해줬단다. 왜요?! 모른단다… 알만한 이에게 물어보면 내막을 알겠지만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졸지에 정자부자 동네가 됐다.
정자에 앉아 풍월이라도 읊을까 했지만 하이고 추버라~ 얼른 껴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정자 청소하는 공공근로인가 노인일자리인가 일주일에 한번 서넛이 걸레들고 하는 걸 봤었다. 사용하는 이 없는 정자 청소라…
오늘부터 산녀가 애용해볼꺼나?!
하지만 따신 집구석 냅두고 추운 정자에 가서 뭐하려고?!
김장을 후다닥 해치운 후 하릴없이 놀고 있다.
봉덕이를 보초 세우고 온실에 들앉아 책만 들이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