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에 밭고랑 잡풀 좀 집어내고 있는데 비가 뿌리네~
이잉… 이틀 반짝하더니~
오늘 가을걷이 한 논에 볏짚 좀 가지러 갈라했더만~ 두 수레 실어오면 메주 매달고 닭집 알둥우리에 넣어주고 요모조모 쓸라했더만~
한 며칠 마르도록 기다려야겠네!
이래서 가을비는 민폐여!!!
닭집에 새로 합사시킨 중병아리들이 큰닭들 유세에 홰에 못 올라가고 알둥우리에 들어가 자는 바람에 알둥우리가 달구똥 천지가 되어버렸다!
이노무 닭대가리들아~ 니들 잠자리에 똥싸는 건 뭔 매너냐?!
알도 안 낳는 알둥우리~ 모두 꺼내어 깨끗이 치운 다음 새로 짚을 깔아줘야겠다.
들판이 하나둘 비어간다.
휑하니 비어간다.
논마다 물이 그득이라 볏짚 걷기가 난항이겠다.
오늘 또 비가 뿌렸으니 마르길 기다려야하겠네.
이러면 볏짚이 깨끗하지가 않다. 소먹이로도 그렇고 이런저런 쓰임새에도 품질이 떨어진다.
집집마다 곶감 깍아 걸더라~
감또개도 하고~
우리도 따놓은 감 있기는 한데 아무도 감을 깍자 소리를 안 한다.
산녀도 쓰윽 보면서도 선뜻 손을 대지 않는다.
이런 날엔 부치개나 해묵자!
묵은지 뚝뚝 썰어 밀가루 개서 쓱쓱 부쳐묵는다.
가생이가 좀 탔지마는 마 괘안타!
며칠만에 가본 상당 산밭에는 멧돼지군단들이 휩쓸고 갔더라…
이놈들이 구덩이 파놓거나 파헤쳐놓은 곳들을 나무꾼이 삽으로 대충 복구시켜놓긴 했는데…
아주 알뜰하게 갈아엎었더만…
도대체 몇마리가 다녀간겨?!
뭐 먹을게 있긴 하나?! 쪼잔하게 지렁이 몇 마리 잡아먹으려고 이리 거하게 파놓나?!
산에 도토리가 그리 없나?! 참나무 천지더만~
가을 밭일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는건 아궁이 불때고 뜨끈한 구들장 질 날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김장이나 하고 메주나 쑤어 매달고 청국장좀 한 소쿠리 앉히고~ 또 뭐가 있나…
겨우내 할 소일거리들을 장만해놔야 덜 심심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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