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가을이네.

산골통신 2024. 10. 30. 12:39

그저 앉아있다.
이 일 저 일 눈 닿는대로 찾아하다가 문득 앉아 멍 때리고 있다.

이웃들은 들깨 타작 다해서 마당 햇살 아래 널어 말리고
마늘 양파밭 만들어 부지런히 심고 있다.
아마 품앗이로 하는듯 네 분이 일하고 계시더라. 그러면 이 밭 다 심고 세 집 마저 심으러 가실듯~ 해마다 그리 하시더라.
평균 연세가 75세~ 왕성한 현역들이시다.
80넘으신 어르신들도 들깨 두드리고 키로 까불고 계시던걸~
아흔 넘으신 어르신은 나물 말리고 다듬고 소 밥 주러 다니시고…
산녀는 뭐하고 있나?
팍 줄어든 농사에 마을 품앗이까지 나가게 되면 내 집 일을 못하니까 품앗이에서 빠진지 오래됐다.
내 집 밭일 한나절 하자고 몇날며칠 마을집집이 돌아가며 일 해줄 순 없거든…
그냥 혼자서 하루해서 안되면 이틀 하고 만다.
이 작은 산골마을엔 품앗이로 일하는 집이 몇 된다. 농기계를 다 갖춘 집이 하나 있으면 그집에 일손을 보태는 댓가로 나머지 집은 농기계로 도움받는다.
농사는 혼자 못 짓는다. 특히 논농사는 더욱이… 밭농사는 때로 호미 하나로도 평정이 가능하지만 논농사는 농기계의 힘이 구할이다…

그제 우리 논에 콤바인이 들어갔다. 논에 물이 많아 논 하나는 볏짚을 그대로 썰어버렸다. 잦은 가을비에 논물이 고여 진창이 되었던걸… 가을비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는 옛어르신들의 말이 생각난다.

이제 건조기를 거쳐 정부매상대고 남은건 큰방앗간으로 대거 넘긴다음 톤백으로 두 개만 집으로 실려올거다.
가을햇살 아래 벼를 널어 말리던 시절은 진작에 갔다.
허구헌날 가을비 추적추적 뿌리는 이런 날들에 어느 누가 길가에 나락을 펴서 말리겠냐고오… 매일 아침 널고 오후에 걷어 푸대에 담고… 그 짓은 못한다.
일년 식량으로 쓸거는 톤백 하나면 충분한데 일본말로 기마이쓰기를 좋아하는 도시장정들과 나무꾼 덕에 톤백 두 개를 남겨달라고 했다.
이제 햅쌀밥 맛을 볼 수 있겠군! 햅쌀밥 먹어보면 묵은쌀 저리 치우게 된다.

아까 텃밭 비닐하우스 구멍난 곳들 땜빵했다.
들냥이들이 비닐하우스 지붕으로 겨올라가 자는 바람에 그 모진 발톱에 비닐이 빵꾸가 나고 찢어지고 아주 난리더만…
비닐하우스 땜빵용 전용 투명테이프가 있다.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는 벱~

척척 잘라다 턱턱 붙였다! 이거 아주 잘 붙는다!!! 비닐하우스 밖에는 물기가 바로 말라서 붙였는데 안에는 물기가 아직 있어서 이따 오후에나 해야지싶네. 비닐하우스 천장은 겨올라가서 할 순 없거등…

상추 씨앗이 어찌저찌 발아가 되어 밭고랑 하나 만들어 갖다 심었다. 청상추와 적상추~
비닐하우스 안에 화분을 만들어 좀 심고~
노지엔 추위에 이제 심어 어쩔까 싶네. 언제까지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쿠바식 틀밭을 만들어볼까 한다.
그러면 관리기도 필요없고 서서 일할 수 있고 흙 객토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조금씩 바꾸어 가려고 궁리를 하고 있다.

들냥이 7마리 아기냥이 두 마리가 밥을 먹고 있다.
왼편 구석에 삼숙이새끼인 마당냥이 까망이가  자리가 없어 못 끼어들고 보기만 하다가 그냥 갔다.

봉덕이도 맛난거 달라고 쫓아댕기길래 벌린 입에 한가득 물려주고나서야 조용해졌다.

나도 홍시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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