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손끝이 시리면서 찬 기운이 스르르… 진짜 추위는 코끝과 손끝에서 제일 먼저 감지하는구나!
다음주 입동…
영락없이 입동추위가 올거다.
다들 가을이다~ 하고 룰루랄라 즐기다가 화들짝 움추려들겠지.
아침이슬이 축축하게 젖은 마당과 들로 밭으로 한바퀴 돌면서 하루 일을 시작하다.
들어오는 길에 얼가리배추 몇 포기 뽑아들고 마지막 호박잎이네 하면서 몇잎 뜯어쥐고…
들냥이들은 산녀 문 여는 소리에 마당 저끝에서 전력을 다해 달려온다. 새끼들까지 합세해서~
아마 저 새끼들은 학습이 된게다. 저 털없는 큰고양이한테 잘 보이면 평생 먹을거 걱정은 없을거라는…
봉덕이 밤새 잘잤나 들여다보고 들냥이대가족 밥그릇에 한 바가지 부어주고
졸지에 집밖으로 내쫓긴 마당냥이들 밥그릇에도 부어주고
세상에 동네깡패 노랭이가 밀려났을 정도면 쟈들 기세가 장난아닌거구나…
야옹! 이 소리는 고양이들이 처음부터 내는 소리가 아니다.
인간들이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내는 호구잡는 소리다!
내내 벙어리인줄 알았던 까망이가 오늘 아침 삽작거리에 기대서서 산녀보고 야옹! 했다.
야옹~ 하면 인간들이 밥을 준다는 걸 체득한거다!
그리고 발밑에 발라당 드러눕고 다리를 휘감아 돌면서 대가리박치기를 하거나 코인사를 하면 이건 내 너를 친히 호구집사로 임명하노라… 뭐 이런거다.
허나 산녀는 호구집사가 될 맴은 전혀 없고!!!
다만 하루 한끼나 사나흘에 한끼 정도 보태주는 정도로 그칠거다. 고로 호구집사되기를 바라지 마라들~ 확! 수틀리면 다 내쫓을기다!
어제 비닐하우스 냥이들 발톱에 찢겨지고 구멍난 곳들 땜빵하다가 문득 발옆에 웬 지렁이가 죽어있나… 그놈 기네 하면서 들고있던 칼로 치우려다가 하이고 이놈 새끼독사네! 대가리 각진거 봐라!!! 다행히 죽어있더라! 목덜미 근처에 작은 상처가 난걸봐서는 냥이들 솜방망이에 당한듯!!! 냥이들 앞발 솜방망이질 우습게 보면 안된다. 한 발에 목숨이 날아간다!
집이 돌담으로 둘러쳐있고 양쪽으로 작은 도랑이 나있던 곳이라 독사들이 은신할 곳이 제법 많다. 그리고 이 작은 산골마을 곳곳이 빈집이고 묵은 밭이고하니 그네들의 활동환경이 의외로 좋다.
뭐 그나저나 냥이들이 직무유기는 안 한다는 증거이니 괜찮다.
이리저리 돌아댕기며 살피고 돌보다가 문득 아궁이에 군불이 때고 싶어졌다. 은근히 추운 날씨다.
수레에 장작 그득 실어와 부려놓고 솔갈비 푸대 꺼내놓고 아궁이 앞에 퍼질러앉았다.
밖은 가을 한창이나 겨울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이 험한 부뚜막을 손봐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아무래도 산녀 손으로 해야지 어느 누가 해주진 않을거고… 황토몰탈 두어 푸대 사다가 반죽해서 쳐바르면 되지싶다. 산에서 황토 퍼와 서 할까 했는데 누가 퍼오냐고오…
부지깽이 들고 퍼질러앉아 있으니 아랫도리가 뜨끈한게 세상 좋네!
올 겨울 넉넉히 땔 나무가 좀 모자른데… 나무꾼은 여전히 무늬만나무꾼이다.
누차 땔나무 부족함을 외쳐댔으니 어찌하던 해결할거다. 자칭타칭 해결사거든~
소나무숲에 솔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긁기 좋은 곳에는 동네 아지매 몇이 호시탐탐 노리니…
산녀는 거기 끼어들지 말고 상당 돌탑가로 가면 된다. 작년엔 네 푸대 해왔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대여섯푸대 넉넉하게 긁어올거다! 지금껏 때본 결과로는 솔갈비가 최고의 불쏘시개다!!!
어제 유튜브로 인문학강의 하나 들었다.
타인에게 인정 받음에 목매달지 말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에 집중해보라고…
뭔가 왔다. 좋은 징조고 인생 2막의 시발점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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