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침이슬이 아주 그냥~

산골통신 2024. 11. 5. 12:02

축축하다못해 비라도 온 것 같다.
그러다 햇살이 산 뒤에서 떠올라오면 더운 김이 펄펄 대지에서 솟아오른다.
지붕 위에서 풀잎들에서 온 들에서 일제히 올라온다. 한참 그 정경을 바라보고 섰다.
내 몸에서도 올라오나 싶어 둘러보면 그건 또 아니네…

그제 나무꾼과 산녀가 상당에서 비닐하우스골조하고 씨름하고 있을때 갑장친구가 단감나무 감을 네 바구니 따서 한 바구니 일당으로 가져가고 세 바구니를 남겨두고 갔다.
참 순직하고 고진한 사람이다.
몇날며칠 그리 벌어들인 일당?! 감으로 곶감을 깎아 처마에 걸어놓는다. 한 몇접 되지싶네~ 저거 누가 다 묵으려고 그러나?!

상당에 뒀던 비닐하우스 폐골조를 쓸만한 건 집으로 날랐다. 갑장친구가 곶감 깎다말고 우리 사정을 듣고는 선뜻 같이 합세! 하고 따라나서서 그 무거운 골조들을 산에서 집까지 영차영차 날라주고 갔다.

구부러진 것들은 냄겨놨는데 그걸 나무꾼하고 산녀가 둘이 머리를 짜내어 구부러진 건 펴고 긴 것들은 자르고 해서 운반차에 그득 싣고 내려왔다.
이걸 다 어데 쓸거냐고?!
기존 닭집을 해체하고 그 윗밭에 작게 새로 지을거다.
윗밭은 원래 밭이 아니라 돌자갈밭이어서 뭔 농사가 잘 되질 않는다. 그런 반면에 기존 닭집은 그 밭흙이 윗밭과 붙어있는데도 아주 질이 좋다. 그 아래로 주욱 괜찮다. 그 윗밭만 돌밭이다. 희한하게~
그래서 윗밭으로 닭집을 옮기고 기존 닭집터를 밭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저고저 문전옥답이 최고거든~ 여기까지 고라니랑 멧돼지께서 왕림하시긴 하는데 울타리를 쳐야지 뭐.

이번주에 기초 작업과 재료들을 장만해놓고 주말에 도시친구들이 도와주러 온다하니 그때 뚝딱 지으면 되지싶네~
마침 그때 먹을 닭도 잡아놓은게 있으니 대접할거리 걱정도 덜었다.

어제 그러니까 그 기초 재료 장만 작업을 하는데 그 온통 구부러진 폐철골조를 어찌 할건가~ 이게 참 난항이라…
하지만 산녀는 다 본게 있다고오!!!
수년 전 비닐하우스 처음 지을때 철골조를 어찌 구부리는지 어찌 펴는지 본 적이 있었거든!
전문작업자들은 기계를 갖고 하던데 우린 뭐 그런거 없으니까 머리를 써야한다.

농막 지붕에 철골기둥이 잇대어 있는데 그게 속빈 강정처럼 길게 구멍이 나있는 거란 말이지!
그러면 그 구멍에 구부러진 비닐하우스골조를
넣어 힘을 주어 반대편으로 당기면 펴진다고!
이를테면 지렛대 원리 비슷한거다.
산녀가 시범을 보이니 찬찬히 보던 나무꾼~
그때부터 그 많은 구부러진 골조들 피기 시작~ 모조리  좋게 펴놨다! 아주 멋지게!
거 뭐더라? 철골이나 돌 자르는 드릴?! 그라인더?! 뭐 거시기 작은거 하나 가지고 올라가서 구부러진 철골을 길이맞춰 자르고 기둥 구멍에 넣어 힘주어 펴고 등등~
부부공작단이 힘합쳐 운반차 그득 채웠다.
하다보이 점심때를 놓쳐 딸아이보고 아침에 쪄놓은 고구마랑 음료수 좀 갖고 오라해서 새참으로 먹고~

2019년에 비닐하우스를 윗쪽으로 옮겨짓고 남은 것들을 산비탈 한쪽에 치워놨는데 마을의 어떤 어르신이 그게 도랑을 막아 비가 오면 그 빗물에 이 작은 산골마을이 쓸어내려간다고 치우라고 그러시더라.
아뉘이 도랑에도 아니고 도랑 옆에 한적한 곳에 놓아둔게 왜 피해가 나지?! 그리고 그 도랑에 물 제대로 내려간 적이 없는데?! 도랑이 물길을 바꿔서 자꾸 우리 밭에 물이 솟는구만!!!
그 물을 막으려고 연못을 팠더니 이 어르신이 이 연못물 때문에 아래 산골마을이 쓸어무져진다고 …
또 그전에 산밭을 일굴적에 계단식으로 안 하고 삐알밭으로 한다고 민원을 넣으셨더랬다.
그래 면직원 둘이 와서 보고는 형사고발을 하겠노라고 엄포를 놓길래 뭐 그러시라고 했다. 이게 잘못이고 홍수가 날 정도면 그 책임을 지겠노라고… 그 면직원들~ 산녀 태도를 보더니 이웃간에 친하게 지내세요! 그 말만 하고 그냥 돌아갔다. 그 뒤 아무 소식도 없더라!!!

뭐 하여간 말고 많고 탈도 많은 그 어르신은 이제 그 문제의 철골조 치웠으니 아무 말씀도 안 하시겠지.

뭐 하여간 그 폐철골조들을 요케 쓸모있게 만들어놨다.

오른편 검은 차광막을 씌운 비닐하우스가 기존 닭집이고 가운데가 이번에 둥근 철골만 다섯개 겨우 땅에 박아놓은 새 닭집~
토욜 일욜 월욜까정 사흘간 그 일을 하느라고 밖에서 살았더니 덧정이 없네라…
나무꾼은 없는 시간에 최대한 일을 해주고 가려고 애를 쓴다.
그 바람에 산녀만 죽을맛이다. 산녀 일하는 스타일이 일하다 놀고 놀다 일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때로 일발동 걸리면 죽자하고 하는…
헌데 나무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한 일은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그냥 나무꾼 혼자 일하면 내야 편한데 꼭 같이 일을 하려하니 죽겠단 말씨~ 내 좀 내비둬~

뭐 하여간에 그리하야 새 닭집 철골은 조립이 되었고!!! 하는 김에 남은 철골로 홰도 두 개나 박아 달았고~
이제 남은건 지붕을 비닐과 보온덮개 차광망으로 씌워서 고정시키고 문 해달고 사방을 철망으로 꼼꼼히 둘러치면 된다.
그전에 재료 수급을 위하야 기존 닭집을 해체하는 일이 남아있지!
그건 도시친구들이 와서 해준단다.

봉덕이가 산책 중 닭집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들어가고 싶어하길래 딸아이가 몇번 데리고 구경만 시켜줬더랬다.
근데 이놈! 그제 사고를 쳤다. 목줄을 벗어던지고 근처에서 놀던 방심한 암탉 한 마리를 물고 안 놔주네!!!
마구 후드려패서 닭을 놓아주게 했다.
너도 개 맞구나!!!
닭집 근처 접근 금치 처분을 내렸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는 말은 가장 어리석은 말이고 거짓말이다!
개는 개다! 늑대의 후예가 어딜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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