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도데체 몇 마리여?

산골통신 2024. 7. 25. 13:07

식전 첫물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해마다 500 포기씩은 키웠었는데 올해는 눈 딱 감고 풋고추 따먹을 용도만 심자 했지!

그러던 게 이웃 아지매가 훌 던져주고 간 고추모종 100포기 덕분에 졸지에 고추고랑을 급히 만들어야했었다나…
그래도 다 합해 200포기도 안되는지라 껌이긴 한데~
이거 고춧가루 몇 근이나 나오려나~
빨간고추 따놓고 보니 첫물이 세 바구니~ 이거 우리 먹을거 겨우 나오겠는걸~

장마가 길어져서 이거 병이나 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큰 병은 안오고 있다.
이웃들은 약통을 지고 일주일에 한번씩 치고 있더라. 우리는 그냥 배째라 하고 냅두고 있다.

오일장에서 사온 고추모종에서 달린 고추들은 자잘했는데 이웃 아지매가 준 모종들에서 달린 고추들은 무지막지하게 크더라!
고춧가루용 고추 종자인가벼!!!

아 그리고 얘네들 도데체 몇 마리여?
좀더 크면 대가리 내밀테니 그때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도무지 궁금해 죽겠네 ㅎㅎ

네 마리인듯~ 다섯 마리인듯~ 엄마아빠 제비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뭐라 잔소리를 해대며 경계를 하니 도무지 정확히 셀 수가 없다.

아침에 보니 들냥이 두 마리가 제비집 아래에 얼쩡거리고 있더라. 혼을 내서 쫓았다!
아기 제비들이 바깥세상 구경하겠다고 동동거리고 날개짓 연습할 무렵에 떨어져 고양이들한테 당하는 경우가 많단다.

궁금한 김에 제비들이 강남가는 다큐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 남해안이나 제주에 집결하여 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쳐 호주까지 갔다가 다시 되짚어 우리나라로 돌아온단다.
그 과정에 절반은 지쳐서 바다에 빠져 죽거나 천적들에게 당하거나 한다네…
남태평양 그 긴긴 망망대해를 16g 작디작은 몸으로 어찌 날아갔다올까…
발에 번호 가락지를 달아주고 등에 추적기를 달아 5년간 추적조사를 해보니 같은 제비가 해마다 자기 집을 찾아오더란다…
제비들은 어쩌다 그런 삶을 개척했을꺼나…

재작년인가 초가을 어느날 동네 전깃줄 위에 수십? 수백마리의 제비들이 집결해 있다가 한나절 후 싹 사라진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게 아마 이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제비새끼들을 데리고 부모제비들이 강남가기 전 모두 모여 우리 간다고 인사하는 그런 거 아니었을까 그땐 그리 생각했었다.

상추씨앗과 열무 얼갈이배추 씨앗 봉지를 들고 밭장만에 나섰다.
상추는 기존 상추밭에 뿌리면 되겠고
열무는 고라니 등쌀에 집옆 밭으로 해야겠고
얼갈이배추는 고춧고랑 옆으로 하면 되겠네.
상추랑 배추는 8월 중순에나 뿌리라는데 씨앗이 많으니 좀만 뿌려보자. 뭐 크게 키워먹을거 아니니 먹을 것만 해보지 뭐.
열무나 넉넉히 뿌려놓자구~

고라니랑 산토끼가 열무랑 근대를 참 좋아한다.
뭐 먹을만 하게 자랐다 싶어 가보면 밤새 뜯어잡수셨으요…
그래놓고 똥은 야무지게 싸놓고 가셨네?!
니들 영역표시냐?!
고라니똥은 흩어져 있고 토끼똥은 모아져 있다. 아마 고라니는 긴 다리로 서서 싸니까 그렇고 토끼는 다리가 짧으니 앉아싸듯 싸야하니까 그런가?
그물망으로 둘러쳤어도 들어와 드시는 걸보니 굳이 그물망 구찮게 칠 필요 없다 싶어서 걷어내버렸다. 괜시리 댕기기 성가셔서리…

대신 근대랑 열무는 집 가까운 밭에 가꾸기로 했다.
희한하게 부추랑 쑥갓이랑 배추랑 상추랑 깻잎이랑은 안 먹더만!!!

이제 슬슬 장마가 걷히려나보다.
7월 한 달여 목욕탕에서 산 느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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