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또 살아간다.

산골통신 2024. 6. 19. 09:51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되뇌인다. 어느 날이 되던지 자는 잠에 갈 수 있기를…
오늘도 무사무탈 보냈으니 감사하고 내일은 오지 않아도…
그저 <오늘>만 살아간다.

식전 일을 마치고 봉당 평상 위에 앉아 이 글을 토닥인다.
아직 햇살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않는다. 오후 점심께부터 들이닥치니까 이 평상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과 저녁 뿐이다.

그동안 곁방살이하던 채송화들을 모아봤다.
이 화분 저 화분 식구들이 참 많기도 하다~

코니카가문비 나무 밑에도 ~ 언제 쳐들어왔지? 흙에 딸려왔나?

한 놈 한 놈 집어다가 작은 화분에 모아 심어줬다. 어린놈들은 더 크라고 냅두고~
채송화는 일삼아 씨를 뿌리지 않아도 어느날 보면 여기저기 싹이 터서 자라고 있더라.
밭 메다가도 발견하고… 장화밑에 씨가 묻어갔나? ㅎㅎ 보는대로 집어다가 제 자리를 잡아준다.

채송화는 그 색깔이 꽃분홍과 노랑이가 강세다. 겹채송화와 하얀색은 해묵으면 없어지더라. 그래서 애써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채송화면 되지~ 뭐 그러고 만다.

여중 다닐때 등하교하는 교정 길가 가장자리에 채송화 화분들이 줄줄이 놓여있었던 기억이 난다. 일제시대때 지어진듯한 나무 건물에 숲이 우거진~
복도나 계단 문들이 나무로 되어있어서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참… 귀신나올 것 같은 오래된 학교였었다.

몇년 전에 만들었던 채송화꽃길이다. 얘들은 다 어디 갔을까?!

마당 수돗가 가장자리에 심은 채송화~
얘들도 한동안 피고지고 하더니 스러지더라…

요즘 내 점심이다. 올리브유에 간마늘 볶다가 미리 살짝 삶아 냉장고에 넣어뒀던 파스타면이랑 바질페스토 한숟갈 넣고 멸치액젖으로 간하면 끝이다. 초간단 요리?! 다.

유럽아이들은 노상 파스타만 먹는단다. 그네들에겐 이게 밥이란다. 울 아이가 밥하고 반찬하고 국이나 찌개끓여 먹으면 다들 와서 신기해하며 구경했단다~
아이가 배워갖고 와서 산녀에게 가르쳐준 건데 아주 요긴하게 해먹고 있다.
파스타나 스파게티엔 토마토가 어울리는데 토마토페스토도 해마다 만들어둔다. 이건 작은아이용이다. 산녀는 토마토 잘 안 먹는다 ㅎㅎ 방울토마토는 좀 먹는다.

아침 텃밭에서 일하다가 오이 한 개 방울토마토 일곱개 따서 먹었다. 요즘 이것도 일과가 됐다.  맛있더라구~

자귀나무꽃이 만발했다.
두 그루가 나란히 있는데 두 나무 꽃 색깔이 다르다. 왼편 아이가 좀 진하고 드문드문 피고 오른편 아이는 연한 색감에 다닥다닥 핀다.
이제 완전히 마당 주인공 역할을 하고 산다.

요새 주요 일과는 텃밭과 마당 식구들 물 주는 일이다.
비가 가끔 오기는 해도 올때 뿐이고 폭염이라 가물다…
농수로에 논에 쓸 물이 그득 흘러간다. 꼭 6월에 장마 오기 전 이때에 가물더라고…

한바탕 호스 들이대서 여기저기 물을 주고나니 아이구 좀 힘드네 소리가 절로…
오이 하나 뚝 따서 씻어 우걱우걱 씹어먹는다. 내친김에 방울토마토도 익은놈 몇개 골라 따서 먹고~

비 소식이 며칠내 있기는 한데 장마라네?! 걱정이다. 올해는 어쩔라나…
작년엔 피해가 좀 많았는데… 울 엄니 집 무너진 담장은 아직도 보수를 못했다. 휑해진 모습이 보기싫어서 옥수수를 담장대신 줄줄이 심어뒀다.

장마 시작하기 전에 감자 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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