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나가다가 이웃 감자밭이 뭔가 허전해보여 눈 찡그리고 쳐다보니 엥?
언제 다 캐셨댜?! 오늘 새벽에 다 캐신 모냥일세!!! 참 부지런하시기도…
어느새 밭정리까지 싹 마치고 대파 모종하실 모냥이여!
산녀 식전 일하러 나가는 시간이 이 이웃 어르신 일 마치고 아침 식사 준비하시러 들어가시는 시간이라…
해 뜨기도 전에 일하러 나가시니 뭐~
이 이웃 감자가 산녀네보다 3주 먼저 심었었다. 그래서 그집 캐는 거 보고 우린 3주 늦게 캐면 되겠지 싶어 짱보고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후딱 캐셨댜?!
그러고보니 오늘이 하지구나!!!
하지에 캔다고 해서 하지감자라 한다고…
그러면 우리 감자는 우째야하나~ 캐야하나 말아야하나…
감자섶은 그집이나 울집이나 자빠진 꼬라지는 같던데~
일단 몇 포기만 캐보고 뒀다 캐야할지 판단해봅세!!!
땅속 사정은 겉으로 봐서는 절대 모르니께요~
이웃 감자밭은 풀 하나 없이 말끔한데 우리 감자밭은 헛고랑에 풀이 뭐~ 이게 감자밭인지 풀밭인지 당췌 쥔장만 알 수 있으!!!
그러거나 말거나 좀 캐보자~
우와!!! 감자 굵기 좀 보소! 올해 대박이네!
씨감자를 집에 있는 거 말고 좋은놈으로 한박스 사다 했더니만~
이리 좋냐 그래… 씨값은 했다!
그 바람에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면서 캐다가 일곱 고랑을 다 캤다! 남은 세 고랑은 이따 해거름에 하던가 내일 하던가~
오늘 시험삼아 캐보다가 그만 퍼질러앉아 서둘러 캔 이유는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이고 또 장마가 시작된다 어쩐다해서리…
일단 좀 캐보고 알이 자잘하면 비 오던말던 냅두고~
알이 굵으면 다 캐자 뭐 그랬거등!
감자는 장마철에 캐면 좀 썩어… 그래 엥간하면 비를 안 맞추는게 좋아유…
저아래 논에 감자를 이모작으로 심은 이웃들이 서둘러 캐서 상인들에게 넘긴 이유가 있지…
캔 다음 호미에 찍히거나 자잘한 놈들은 밭에 버리고 갔는데 그걸 이삭줍듯 이웃들이 주워가더라구… 감자 농사 안 지은 이웃이여.
밭이웃보다 삼주 늦게 심었는데도 같은 날 수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씨감자가 좋은 덕분이고 또 감자는 하지무렵에 캐는게 맞기도 하고 뭐 그렇겠지… 그럴거야!
다들 늦게 캐면 된다고 그래서 그런줄 알았는데 캐보니 알이 아주 굵더만~
올해 감자 좀 먹겠네!
일단 아홉 바구니 그득 캐서 뒤안 그늘에 두었다.
선별해서 자알 저장해둬야지.
감자 캐는데 지네도 기어 나오고 지렁이는 기본이고 땅강아지도 나오고 개미굴도 서너 군데 건드렸는지 개미들이 알 물고 피신가고~
산녀 호미질에 난리가 나부렀구만…
우파니샤드에 이런 말이 있단다.
나는 먹는자다
나는 먹는자다
나는 먹는자다
나는 먹히는 자다
나는 먹히는 자다
나는 먹히는 자다
뭐 그렇다고… 우짤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