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소낙비 한바탕 쏟아붓더니 폭염이 수그러들다.
좀 살만하네… 좀 정신이 난다!
엥간하면 대낮에 밖엘 잘 안 나오는데 어제하고 오늘은 겨나와서 놀았다.
드뎌 방울토마토가 익어서 한줌 따오고 아스파라거스는 매일 저만치 자라올라오니 억세지기 전에 꺾어오고 오이는 열심히 열심히 자라니 늙은오이 되기전에 따먹어야 한다.
요새 오이냉국으로 연명하고 있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저렇더라.
금새 스러질 노을~
마당에 풀이 호랭이 새끼칠 정도로 자라면 발디딜 틈이 없으므로 디딤돌을 놔야한다.
이건 필수다!
보도블럭을 사다하면 좋겠지만 우린 주머니에 먼지밖엔 안 나오기 일쑤이니~
그냥 있는거 재활용하는게 제일이다.
마당 구석 잘 안 보이고 잘 안 다니는 곳에 깔려있는 디딤돌을 야금야금 파내다 요긴하게 쓰고 있다.
디딤돌 놓으려고 땅 파다가 구들장 한 개 파내는 횡재도 일어나고~
이건 옛날 이 집에 사시던 어르신 구들방 구들삐일게다! 마당에 파묻혀 있다가 이번에 세상에 나왔네…
수평 맞추기가 까다로우니 모래 한 푸대 갖다놓고 이리저리 맞춰가며 놓는다.
해가 지니 오늘은 땡… 내일 마저 하자~
조막만한 마당을 요리조리 꾸미며 산다.
나무꾼은 우리 마당이 자연스러워서 좋단다.
그 말인즉슨 저어 들판과 다름없다는 뭐 그런 야그겄지~ 좋은 일이여 ㅋ
마당을 야금야금 쳐들어오는 들냥이들이 드뎌 사고를 쳤다.
마루 창문 벽밑에 안쓰는 지하창고가 하나 있는데 거기다 새끼를 낳은 모양이여… 어제저녁에 새끼 소리가 나더라구…
하이고… 큰일이다…
내 니들까지는 멕여살릴 수 있지마는 니들 새끼들까지는 안되는데…
마당냥이들은 중성화를 해서 괜찮지마는 니들은 겁난다 야…
몇년전에 똘망이 녀석이 여친을 데리고 와서 퍼진 치즈냥이들인데 그 여친냥이가 뭔일로 죽고 새끼들만 남아있는걸 똘망이가 보살피고 있었지…
이제 똘망이도 죽었는지 떠났는지 안 보이고 지들 알아서 살면 되는데 울집 마당을 안 떠나려고 하는구만…
이제 새끼들 줄줄이 낳을텐데 어찌 감당하나…
맘 독하게 먹고 외면해야겠다.
그게 지들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이다.
올해 매실은 폭망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매실이 한 며칠 계속된 폭염에 병이 번져서 다 떨어졌다. 약을 안 치면 이렇게 된다.
올해 매실은 접었다.
기존 주문해주신 분들께는 양해를 구하고 정 필요하신 댁에는 매실액으로 보내드렸다.
올 겨울에 매실나무 반 정도를 뽑아낼 계획이다. 전망이 없다.
샤스타데이지 씨앗을 두 바가지 받아놨다.
나무꾼이 오며가며 씨앗 받아야 한다고 노래를 해싸사리~
이제 씨앗은 그만하면 족하니 낫을 갖고 대궁을 싹 베어내야겠다.
이제 오르내리는 길 좀 확보가 되겠군~
그동안 샤스타데이지꽃길을 매일같이 걸어서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