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느 봄날~

산골통신 2024. 4. 23. 19:09

그냥 여기저기 쑤시고 쏘댕기며 일하다 놀다가 그런 나날들이었다.

생각나는대로 눈에 띄는대로 닥치는대로 일을 한다.
머릿속에 아무리 계획이 서 있다한들 제때 생각이 안 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니 생각나는 즉시 그 일을 해치워야만 했다.
이젠 그런 세월이 왔다.

작년에 태어난 병아리가 올해 암탉이 되어 첫 알을 낳기 시작했는데
알둥지는 큰 닭들이 차지하고 안 내줬나…
뒷쪽 구석탱이에 지푸라기와 닭털을 모아놓고 거기다 알을 소복하게 낳아놓았다!
그걸 딱 열하루째 발견했다는 거이지… 알 열한 개~
초란은 알이 작다. 초란만 구해다 먹는 사람들도 있다더라!

작년에 삽목해둔 국화들을 대거 상당 축대 위에 줄줄이 심었다.
나무꾼의 성화에 안 심을 수가 없었다는!!!
타래붓꽃도 도랑 양쪽으로 대거 이사시키고~
삽들고 땅부터 파제끼는데 안 심고 당해낼 수가 없다는…

나무꾼은 상당과 아쉬람터와 일오재를 꾸미는데 정성이 대단하다.
시간이 없어 글치 주말마다 오면 일만 하다 간다. 뭐 갖다 심을거 없는지 산녀를 붙잡고 앞세워 간다.
나무꾼은 삽질하는 인생이고 산녀는 심고 가꾸는 인생이라~
우린 이번 생을 그리 이름붙였다!

막둥이의 로망~
어려서부터 마당에서 아궁이 앞에서 뭐든 궈주고 멕이고 했더니 도시아이들이 가는 캠핑이나 글램핑?! 그런거 시시하단다.

대학교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부터 먼저 해서 회사원의 고달픔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는~
그래서 지난주말엔 기를 쓰고 시간을 만들어 집에 내려왔다. 학생시절이 좋았다고 졸업하니 아저씨가 된 기분이라나~
야근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단다.

먹고싶다는 나물 종류별로 차려주고 고기며 해산물을 있는대로 다 꺼내서 궈먹게 했다.
아마 새벽까지 불멍하다 들어갔을겨~
산녀와 나무꾼도 오랜만에 모닥불 불멍을 제대로 했네. 나무꾼이 특히 좋아하더라.

막둥이가 말하길~
친구들에게 이리 말한단다.
“니들에겐 우리 산골집이 초라하고 작게 보이겠지만 내게는 대궐이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최고의 집이다.”

딸아이가 사온 새모이통~ 소원대로 나뭇가지에 걸어줬다.
근데 봉덕이랑 마당냥이들 등쌀에 새들이 제대로 먹을수나 있을까?!

봉덕이 팔자 상팔자!!!

올해는 각시붓꽃보다 제비꽃이 더 번성했더라. 무더기로 퍼져 자라는데 볼만했다.
각시붓꽃은 어쩌다 한 포기씩 눈에 띄는데 올해는 좀 그렇다.

아쉬람터 연못에 떠 있던 부레옥잠을 싹 걷어냈다. 뜰채로 두어 시간 중노동 했나?! 연못 둑에 줄줄이 놓인 시커먼 것들이 겨울에 동사한 부레옥잠들이다. 떠 있는 습성이 있는 식물이라 죽어도 떠 있다. 건져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랬더니 보이는 아이들~
아이구야!!! 니들 싸라있었네!!!
왜가리랑 수달이 다 잡아묵었는줄 알았다야!!!

너무 반가와서 사료를 뿌려주니 우르르 모여든다.

몇마리나 살아있으려나?! 부레옥잠을 괜히 건져냈나?! 그런 생각도 드네!
그러면 마당 연못에서 키우고 있는 부레옥잠을 새로 띄워줘야겠다.
은신처로 삼게!
진짜 반갑더라~
산골 이웃들이 왜가리를 수시로 봤다고 갸들이 다 잡아묵은거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었었는데…

올해는 큰밭 농사를 안 짓기로 하고 고추도 풋고추용으로 50포기만 심었는데
어제 산골 아지매가 고추모종 100포기 남았다고 가져가라네~
에궁… 그걸 거절 못하고 받아온 산녀…
그래서 졸지에 어제오늘 고추밭 네 고랑 장만해야했다는~ ㅋ
뭐 그래도 150포기는 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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