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온산에 나물천지~

산골통신 2024. 4. 14. 13:27

앞으론 점심도시락 싸들고 상당 숲에 와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식전과 아침나절에 집안팍 살피고 마당 민들레꽃 한바탕 파제끼고~ 야들은 꽃이 피어야 그 존재를 드러내니 노란꽃이 눈에 띌때마다 파내야한다.
최소한 마당에서만은 니들 보지말자구!!!
딴데가서 살어!

엊저녁에 아이가 늦게와서 배고프다하길래 후레시 켜들고 같이 밭에 가서 아스파라거스 한움큼 꺾어왔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와 삼겹살구이~
거기에 달래무침 파김치 정구지무침 명이나물장아찌면 밥상 완료!

오전엔 두릅 따러갔다. 두번째인데도 제법 통통하더라.

어제 딸걸 하루 미뤘더니 더 커진듯~ 순 따는건 미루면 안된다! 금방 억세지니까!

상당에 엄나무순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바구니랑 긴 괭이들고 출동! 생각났을때 해야혀!!!

엄나무 가지가 너무 웃자라 톱으로 짤라버렸다.
낮게 키워야 따먹기 좋거든…
가지는 나중에 닭백숙 할때 쓰기로 말려둘거다.

싹 훝어서 이만치 땄다. 남은 한 그루는 아직 순이 다 돋지 않아서 다음주에나 따야겠다.
데쳐서 무쳐먹던가 장아찌 담던가 해야지.

상당 돌탑뒤로 산 한 바퀴 돌았다.
야생두릅도 널려있고 땅두릅이 천지사방으로 퍼져 자라서 엄청나더라. 연한 애들만 꺽어갖고왔다.

꾹꾹 눌러담아서 양이 얼마 안되어보이지만 꽤 많은 양이다. 저거 다 다듬어서 나물반찬 만들려면 일거리장만한거여…


산에서 취나물이랑 이것저것 산나물 뜯고 있는데 산속에서 더덕이랑 도라지 키우는 아재 만남…
평소 만나면 데면데면 인사도 안 받고 무시하고 가던 사람이 오늘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산녀를 붙잡고 이야기가 끝도없이 늘어진다…
애써 가꿔놓은 더덕이랑 도라지를 좋은 것들로만 누가 캐갔다고…
세상에… 이 산중에 약초꾼들이 제법 오는듯하더니 왜 남이 가꿔놓은걸 가져가냐…
산녀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사람이 아닌지라 어여 나물 뜯으러 가고 싶었지마는 안 놔주네!!!
한참만에야 놓여났다 ㅠㅠㅠ
아무래도 연세가 높으시다보니 외로우셨던가보다… 산중에서 사람을 만나니 더 반가웠나…
그러면 그전엔 안 반가웠고?!?!

근데 그 산밭에 물이 나더라!
그 아재밭은 한 삼백여 평되는데 화전밭이다. 거의 산중턱이 아니라 정상 가까운 곳이다.
근데 물이 나서 그 물을 마실 수도 있는 정도란다. 세상에… 이 동네는 산 꼭데기에서도 물이 나요…
그래서 물길을 돌리려고 도랑을 파고 계시더라고~ 밭으로 물이 들어와서 밭꼴이 말이 아니더라구…
그 밭이나 우리 상당밭이나 같은 처지유…

나물 다 뜯고 쉬는 참에 눈에 띈 새로 생긴 도랑~
지난번 물나서 무너진 축대 다시 쌓으면서 뒤로 도랑을 파 물길을 뺏는데~

가만 장난이 하고 싶어 괭이를 들고 긁적거렸다.
돌과 흙으로 물막이를 하고 가운데 공사하고 남은 철막대를 끼어넣어 물이 흐르게 하고
바닥엔 콩자갈을 한양동이 깔았다.
이제 저곳에 물이 다 고이고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봐줄만 하려나…
산녀는 왜 이런 씨잘데기없는 장난을 좋아하나~
여느 아녀자들같이 조신하지 못하게시리 ㅋ

작은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봉덕이!
어디갔다 오니 반갑다고 꼭 붙잡고 안 놔주더라…

그리도 좋냐? 봉덕아!!!
산녀가 어디갔다오면 안 그러더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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