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은 참 쌀쌀맞게 온다.

산골통신 2024. 3. 26. 17:50

봄은 참 사람을 나른하게 만들고
밀당도 은근히 잘하며
후딱 오기도 후딱 가기도 잘 한다.
왔는가 하고 반기면 냅다 매서운 꽃샘추위로 싸대기 후려치기도 하고
갔나 하고 돌아보면 아직은 봄이유~ 하고 늦장을 피우기도 한다.
도데체 종잡을 수가 없는 통제가 안되는 갓 걸음마하는 아기같다.

어제 봄비다운 비가 밤새 내렸다.
밭에는 질퍽여서 못 들어가니 텃밭 비닐하우스 안 청소나 해볼까 하고 들어섰다.
날씨가 은근 또 추워서 나설땐 겨울옷이요~일할땐 여름옷이요~ 일하다 말고 다시 으슬거리며 벗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하나하나 껴입어가며
그러니까 아주 홀로패션쇼를 하며 일을 한다.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는 치즈노랑이 고양이 일곱마리가 산다.
겨울을 여기서 났는가보더라. 비닐하우스 안에는 보온덮개도 있고 카시미론솜뭉치도 쌓여져 있어서 지들 잠자리로는 최고 아니었을까?
그냥 모른척 해줬다.
어차피 이 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싹 치우고 갈아엎어야 하니까…

오늘 그 비닐하우스 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고양이들 난리가 났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니들 겨울동안 잘 살았자나 이제 바깥도 따뜻하니까 이젠 다들 방빼!!! 마이 봐줬다아이가~

아주 엉망진창이다.
힘에 부쳐 잘 정돈하지 못하고 마구 여기저기 던져놓은 그대로 겨울을 났다.
겨우내 먹고 남은 김장배추들은 꽃대를 올리고~ 겨울상추들도 다문다문 남아있고 대파들도 꽃몽우리를 물고 있더라.
시금치도 더 뜯어먹어도 되겠고…
오직 산녀만이 알아볼 수 있는 나물밭이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이번 비바람에 꽃잎이 휘날리며 수선화 히야신스 위로 떨어지더라… 매해 봄 이맘때는 그러하다.

집마당 목련~ 최고 이쁠때다!

토종노랑국화~ 참 많이 번졌네…
무스카리 이제 피기 시작~ 참 귀엽다.

수레국화~ 여기저기 잘 번지고 잘 자라서 참 이뿌다!!!

산골은 저 너머 면보다도 시내보다도 기온이 1~2도 낮은갑다.
면 가는 길에 보면 개나리 진달래 목련 다 피었던데 여기 산골로 들어오면 필락말락 몽우리만 져있더라구…

오늘은 비닐하우스 청소 시작한 것에 의미를 두고 한 이틀 잡고 천천히 하면 된다.
나무꾼 있으면 한나절도 안 걸려 다 해치울 일이지만 없다 아이가~
내 맘대로 이틀간 할란다!!!

마당 넓어진 김에 사방 경계로 꽃밭을 만들고보니 그 경계표시로 돌이 제격이더라.
그래서 눈에 띄는대로 돌을 구루마에 주워싣고 오곤 한다.
방금도 전에 돌담있던 곳에 널브러져 있는 돌덩이들을 서너 구루마 실어다 놨다.
아이들 오면 같이 꾸며봐야지.

개구리들이 봄비소식을 듣고 방티연못으로 대거 놀러왔다. 한 열댓마리 되는가보던데~
그 와중에 도룡뇽도 같이 살더라.
개구리알 잔뜩 낳아놨다. 도룡뇽알은 부화가 시작된듯하고~

이제 슬슬 뱀들도 기어나오겠군~
나프탈렌하고 횟가루하고 사방 뿌려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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