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보고 농사짓는지라 하늘의 처분을 늘 바라며 일한다.
어제그제 감자밭 만들어 감자 심었다.
온 겨우내 놀다가 각중에 농사일을 하니 몸이 힘들었던가보다. 두 내외가 그만 드러눕자마자 잠들었다나…
그래서 봄은 늘 고단하다고 그랬나보다.
씨감자 한박스를 둘로 쪼개어 아궁이 재 한 바가지 긁어내어 버무려 묻혀두었다.
감자 그리 많이 먹지는 않지만 가을에 김장무배추를 갈려면 이모작이 되는 봄작물이 감자밖엔 없어서리…
산골 마을 전부 감자 다 심었더라. 3주 전부터 심기 시작해서 지난주까지 다 심었던데 우리는 나무꾼이 바빠 어제서야 다 심었네.
이웃 아지매가 늦게 심으면 늦게 캐면 되지~
그러시더라.
그제 하루 감자밭 로타리쳐서 고랑 만들어 비닐 씌우고 덮고 일하고
어제 감자를 묻었다.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자고 닥달해서 시간이 남았음에도 그냥 들어와 쉬었다.
근데 어제 감자를 심고나서 무심코 윗밭에 올라가 이 밭을 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 밭 가운데까지 쳐들어와 자라고 있던 샤스타데이지를 발견한 나무꾼~
이걸 파내어 상당 농막앞에 심자고~
나무꾼이 워낙 샤스타데이지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씨앗도 많이 받아뒀는데 이리 모종이 널려있으니 밭을 갈아엎어버리기가 참 아까웠나벼!
해서 일을 만들어 버렸네?!?!
밭 여기저기 퍼져 자라는 샤스타데이지를 삽으로 일일이 파내어 구루마에 싣다가 도저히 안되어 운반차를 대령해야했다.
엄청나더라구!!!
세상에~ 운반차 하나그득이여!!!
이거이거 사고를 쳤네! 일 안 한다고 큰소리쳤는데 일거리를 장만했어.
이거 다 어따 심을겨?!
무턱대고 일단 싣고 상당으로 올라갔다.
가서 생각해보잔다!
농막 앞길에 줄줄이 묻었다.
이게 최선이여!
삽질하느라 나무꾼 힘들어 죽을라 하더라.
돌자갈밭인데다 풀밭이라 돌캐라 흙파랴~
그래도 끝까지 했다는…
징하다 참말로…
일 안하고 놀려했다가 일 덤테기를 쓴 날이다.
작년 폭우에 축대가 무너져 그대로 깔린 상사화가 용케 돌틈에서 살아나 싹을 틔웠더라.
하도 기특해서 그놈들도 일일이 캐서 줄줄이 묻어줬다.
국화는 흙에 쓸려 깔려버렸는지 못 올라오더만…
어제 감자 심고 샤스타데이지 한차 옮겨심고 상사화 심고~
그것만 했는데 두 내외 어제도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는…
일하고 난뒤 저녁에 늘 하던 차 한 잔 마시며 영화 한 편 보고 책 한 권 읽고 어쩌고는 아마 꿈나라에서 ㅎㅎㅎ
그래도 다 심고나서 오늘 이리 비가 내리니 참 타이밍은 잘 맞췄네!
농사는 하늘 타이밍을 잘 맞춰야혀!!!
이 비 맞고 싹 잘 났으면 좋겠네.
샤스타데이지도 상사화도 작약도 이 비가 단비일세~
작은아이가 사준 토끼 화분이다.
요샌 화분도 이렇게 만드네~
얘는 뭔 화분인고?!
첨에 뭔지 몰라 모과나무 가지에 걸어놨더랬다.
여기다 뭘 심어야하나?
자그마한 마당이지만 이쁘게 가꾸고 싶다고 아이가 이것저것 사다 나르고 꽃도 심고 한다.
줄장미 아치를 만들고 싶다고 성화를 대더니 어느날 막 아치를 사다 설치하고 양쪽에 장미도 심어놨다.
마당 나무에 새들이 많이 오니 새모이통이랑 새집도 걸어야 한다고 난리난리~
하이구~ 봉덕이랑 마당냥이들 등쌀에 그것까지는 안될걸~
봄비가 봄비답게 내린다.
아궁이에 군불 밀어넣고 툇마루에 앉아 봄비 감상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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