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그서 잘 살아라~
물건너 산너머 깊은 계곡에 풀어주었다.
몇년전 풀어준 그놈은 문을 연 즉시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달아나버렸는데
이놈은 냅다 물가로 뛰어가 물을 허겁지겁 들이마시더라~ 그것도 한참을…
실컷 마셨는지 또 달아나지도 않고 그 옆에 풀석 엎어져 좀 있더니 비척비척 걸어가 나무둥치 밑에 쓰러져 있더라…
그것까지만 보고 내려왔다.
그래 이놈아… 니 명줄이 긴거야. 수탉 두 마리 목숨보다 니 목숨이 더 중해서 살려준 건 아냐!
차마 널 죽이질 못해서 그런겨.
딱 하루 덫에 갇혀 굶었는데 눈빛이 흐려지고 기운없이 널브러져 있는 꼴을 보니 참 맘이 그렇더라…
먼젓번 놈은 사흘 굶었어도 쌩쌩하던데 니는 어려 그런가 하룻만에 기진맥진 탈진이냐 그래.
그 동네 꽤 좋을겨~ 민가로 내려오지 말고 정착해서 살어~
나무 밑으로 비실비실 걸어가 축 퍼져 쉬는 놈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왔다. 다시 만나지 맙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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