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 잘 쓰는 말 중 하나다.
오늘 군불땐 방 아랫목이 아까와서 여그다 청국장 띄우면 참 좋겠다 싶었으.
비도 하루종일 온다하고 다른 일 없으니 오늘은 노느니 염불한다고 콩이나 삶으면서 불멍이나 합세~
그제 배추 크고작은 오십여 포기 절여서 어제 씻어 건져 차에 실어 보냈다.
고춧가루 한봉지랑 대파 한아름~ 무 스무개 정도~
거기에 수세미 만든 것은 덤으로 얹어주고!
올해는 날씨가 한부주해줘서 일을 참 수월하게 했다.
작년까지 하도 고생을 해서 하늘이 좀 봐준듯하다.
마당 물도 안 얼고 햇살도 간간이 비춰주고 거기에 나무꾼 일손까지 보태어졌으니 이건 힘든 일이 아니라 놀면서 하는 호사였다.
배추도 알이 덜차서 걱정을 했는데 그럭저럭 알찬 배추들이 오십여 포기 되더라구~
남은 알 안 찬 배추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온 겨우내 찬거리로 갖다 먹으면 되겠다.
겨울철 비닐하우스는 아주 요긴한 부식물 저장고다.

큰 고래통에 소금물 적신 배추를 차곡차곡 넣고 소금 한주먹씩 얹고~
그 위에 큰 다라이를 놓고 물을 그득 담아 눌렀다.
그러면 뒤집지 않아도 밤새 절여진다.
자기전 가보니 쑥 내려가있더라고…
담날 보니 소금물에 푹 잠겨져 있어. 잘되었다!


올해 고추농사가 망해서 해마다 열근 스무근 보내던 걸 8근으로 팍 줄여버렸다.
우째~ 다른 곳에도 줘야하고 내도 먹어야 하는걸~
내년에는 고추농사를 예전대로 500포기는 해야 넉넉히 나눌 수 있겠으…
올해 300포기만 했더니 이리 쫀쫀하게 나눠야 하잖여…
저울 갖다 놓고 막 달아가며 나눴다구!!!
해서 올해도 나눌 곳으로 다 가고 한 곳만 남았다.
이역만리 뱅기태워보내야 하는 곳이라 무시레기 말려지는대로 같이 보낼거다.
아~ 그 무시레기~ 도시장정들이 마구 가져가서리 반토막이 났다.
안그래도 작년에 비해 반토막인데 거기서 더 반토막이 나부렀으!!!
세상에 갑자기 올해 무시레기 욕심은 왜그리 내는겨?!
좀 가져갈게~ 하길래 늘 하던대로 조금 가져가는 줄 알았더니 가서보니 반이 사라졌으!!!
끙…
뭐라 말도 못하고 ㅎㅎㅎ
앞으로 작전을 좀 짜야겠군!
내 필요한 분량을 챙기려면 말리는 장소를 두 군데로 해서 숨겨야겠으 ㅋㅋㅋㅋㅋ
수세미도 세 솥 삶아서 말려놨더니 나무꾼이 오며가며 만지작거리더니 한솥 가져갔으!
줄데가 많댜요!!!
수세미 더 따와야겠군!!!
이리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으~
작은아이도 작년에 여기저기 선물주니 엄청 좋아하더라면서 올해도 기대하고 있던걸~

올 여름 수세미꽃~






천연 수세미 써보고 이젠 인공 수세미는 못 쓰겠어.
먼데서 고마운 분이 씨앗을 보내주셔서 이리 요긴하게 쓰고 있다!
지인들도 오면 하나씩 가져가고 좋다해주니 별거 아닌데도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꾼 차 트렁크 그득 실어주고 보내면서 이건 부창부수도 아니고 돈 버는데 이리 애를 쓰면 재벌이 되고도 남았을겨 라면서 허허 거리며 웃었다!

아궁이 꼬라지가 여엉 말이 아니다.
손 좀 봐야하는데 머리는 하자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여태 미뤄졌다.
옛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부엌 부뚜막 잘 때우는 여자가 인기였다고…
흙 개어놓은 그릇과 짚뭉치를 두고 항시 부뚜막을 칠해서 잘게 난 금을 막고 부서진 곳을 때우고 했단다.
그걸 잘해야 부뚜막이 깔끔하고 반질반질 윤이 나고 오래간다는데
산녀야 뭐 거칠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는 선머스마인지라 그냥 저꼬라지를 보고도 지나친다. 울 엄니 보셨으면 쫓겨났을겨…


콩농사를 안 해서 작년 묵은콩 한 자루 꺼내서 씻어 건져 앉혀놨다.



몇 키로인지도 안 재어보고 그냥 되는대로…
이건 숨겨놔야겠으~ 온데사방 알리면 남아나질 않겠는걸~
나무꾼 모르게 얼마가 있는지도 눈에 안 띄게 꽁꽁 숨겨놔야지 ㅋㅋ
이제 남은 일은 들깨 까불러서 방앗간 가서 들기름이랑 들깻가루랑 빻아오고
날콩가루 좀 내오고
또 뭐있나…
금화규는 나무꾼이 하도 바빠 이번에 본 김에 막 다그쳐서 방앗간으로 등떠밀어 보냈다!
두 자루 그득 빻아와서 환을 만들어주는 곳에 보내놨으니 곧 올거라고 기대를 하지만 얼마가 걸릴지 그또한 하세월이다… 미친다…
그거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디…
산골의 겨울은 일을 만들면 있고 안 하면 없다.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
내 하고싶은대로
일이 손에 잡히는대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