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쩌다 들은 말

산골통신 2023. 11. 21. 16:25

”어디 감히 여자가 남자 발을 밟아!
아이구 세상이 말세야.“
어쩌구 저쩌구 막 화를 내신다.

산골가는 버스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무심코 앞만 보고 가다가 좌석에 앉아계신 어르신 발을 밟았다.
통로에 발을 내놓고 앉으신 탓인데 내가 못보고 밟은건 잘못이라
꾸벅 죄송하다고 연거푸 사과했더니 하시는 말씀…

자리에 앉아서도 들리는 계속되는 투덜거림…
그때 드는 생각이
저 어르신 가족들은 참 힘들겠다…
특히 배우자가…

산골에 도착해서 걸어들어가는 길에 만난 마을 아지매
내손을 꼭 잡고 등을 마구 두드리시면서 왜 통 안 보이냐고 마실 좀 나오라고~
산골마을에 같이 말동무할 사람이 없다고 너무 적적하다고…
전에 큰아이 혼례 답례품으로 마을에 돌린 한과는 너무 맛있게 잘먹었다고 인사가 쏟아진다.

아재는 잘 계시냐 여쭈었더니 다리가 아파 통 바깥출입을 안 하려하신다고 속상해하신다.
마을 사람들 모두 논밭일 안하면 집에 틀어박혀 안 나오신단다.
경로당도 농사일이 완전히 끝나는 한겨울이라야 사람들이 나올까… 비어있단다.

이제 산골엔 인구가 자꾸만 줄어들고 빈집이 하나둘 늘어난다.
집을 허물고 빈터로 놔둔 곳도 많고
집집마다 하나 아니면 둘~
셋이상 사는 집은 두 집 뿐이다.
이러다가 집 숫자와 사는 사람 숫자가 같을 지경이다.

조만간 빈집이 될 집도 몇 되겠고…
점점더 조용해지겠구나싶네…

집집마다 조용조용 김장을 하는지 들앉아 일을 하니 통 기척을 못 느끼겠다.
이젠 모여서 김장을 안한다.
각자 조금씩 한다.

어쩌다 사람 만나면 김장했느냐 묻는게 인사다.
곧 메주 쑤었냐 매달았냐 묻는게 인사가 되겠지…

오늘 산녀 상태가 아주 안 좋다.
나무꾼한테서 감기 옮았나보다.

주말께 기온이 떨어진다니 월동채비 마저 해놓아야 한다.
인간 몸 사정 안 봐주는게 자연이다.

닭집 물통을 안 얼어터지는 걸로 갈아주고 일오재 연화분 여덟개 비닐로 솜으로 천막으로 미니비닐하우스로 꽁꽁 싸매놓고
이어서 텃밭 비닐하우스 양쪽 문 비닐과 보온덮개를 쳐야하는데
그만 지쳐 들어와 누워버렸다.
좀 쉬었다 합세~

마당 아기냥이 삼남매중 암컷 두 마리가 자라서 올 봄에 새끼 일곱마리를 낳았더랬다.
그 중 가장 작은 삼색이 한 마리가 창고 안에 죽어있더라. 형제들 중에서도 표가 나게 작아서 저거 살겠나 싶었는데 결국은 오늘 갔다.

죽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아직 몸이 따뜻했다.
일을 좀 대충 해놓고 삽갖고 땅 파서 묻어줬다.
이리 살고 갈라고 그리 애썼나…
어제 밥이랑 간식이랑 좀 먹었더나…
도망도 안 가고 산녀 곁을 맴돌길래 좀 챙겨줬는데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새벽엔 한겨울 아침나절엔 따신 봄날~ 대낮엔 초여름 해질녘엔 가을…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

좀 쉬었다가 마저 일해야지~
이제 추워지면 하고싶어도 못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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