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 일터에서 돌아오면 아침밥 포함 삼시세끼는 꼬박 차려준다.
맑은국과 담백한 찬을 좋아하는지라 주로 해산물과 나물반찬이 주를 이룬다.
손님들이 오면 신경써서 차리면서 왜 소중한 우리 가족들은 대충 먹냐고…
아이들이 와도 대충 먹는 법 없이 나름 차려준다.
물론 산녀 혼자 있으면 차려먹는게 구찮고 불편하니 큰 접시나 양푼 하나에 모두 때려넣고 비벼먹는게 최고고~ ㅎㅎ
방금 저녁도 대여섯 가지 나물반찬 넣고 맛난 비빔밥 한 그릇 해먹었다.
혼자 있으면 먹는게 부실해진다는데 산녀 사전엔 대충 부실하게 먹는건 없다!
반찬 묵어지는 일 없이 냉장고를 비워야 채워지니까 부지런히 해먹는다.
단감도 물러지기 전에 먹어치워야 하고 대봉시도 익는대로 얌냠 먹고 추석 인기선물인 견과류도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오며가며 간식으로 집어먹고
덕분에 배 고플 일이 없다.
대신에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일절 안 먹는다.
그러면 속이 편안하더라.
그리고 밥을 먹기 전에 물을 먼저 마시고
과일이나 당근 오이 등등을 먹고 채소 반찬을 조금 먹고 그 다음에 밥하고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아침마다 화장실 가는 일이 즐거워지더라…
먹는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몸이 가볍고 좋던걸~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들깨를 베었다. 키가 훌쩍 커서 만지기가 그랬는데 양이 얼마 안되어 금방 했다.
기름이나 짜고 들깻가루나 좀 빻아서 두고 먹을거다.
고구마는 좀더 있다가 일손 생기면 캐기로 하고~ 그때 고구마줄기도 뜯어서 가마솥에 삶아데쳐서 말려놔야지.
겨우내 묵나물로 좋다.
며칠전 봄동이랑 시금치 씨앗을 뿌릴 때 상추 씨앗도 한 포트 뿌렸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텃밭 한 귀퉁이에 올봄에 심었던 상추에서 씨가 떨어져 자연발아를 한 게 있더라고…
아주 소복하게 나서 자라고 있던걸~
그게 생각나서 호미랑 바구니 들고 가서 캐서 포트에 옮겨 심어놨다.
올 겨울에 상추 맛 좀 보겠는걸~
올봄에 새로 만든 보일러실 한켠 햇살 잘 드는 곳에 두고 아침저녁 문안인사 여쭙고 있다.
오늘 들깨 베다 만난 아이
두꺼비 너 참 크다~
고라니 막으려고 쳐둔 울타리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길래 울타리를 걷어서 내보내줬다.
엉금엉금~
가을일이라고 해봤자 고춧대 뽑아둔거 치우고
토란대 베어내고 토란을 캐야한다.
그게 일이라면 일이고…
마늘양파는 안 심을거니까 편하다.
이웃에서 한 푸대씩 주니까 그거 먹기도 바쁘다.
고춧가루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총 80근~
한 근에 600g으로 치면 꽤 되는군~
여기저기 나누면 우리 먹을 것만 남는군…
가지러 오면 주고 안 오면 입 쓰윽 닦을거다 ㅎ
날이 춥다가 그냥저냥 견딜 정도로 쌀쌀해졌다.
겉에 걸칠 두꺼운 웃옷 하나 예비로 갖고 다니면서 더우면 벗었다가 추우면 입었다가 한다.
아직 동동구월은 안 왔다.
농사일을 팍 줄여서 그런가보다.
빈 밭 묵은 밭만 보면 뭔가를 심고 싶어 막 궁리를 하다가 에라 치아라…
고개를 흔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