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건강검진 이후 뭔가가 살짝 바뀌었다.
집에 나무꾼 손님 포함 이런저런 방문객들이 줄어들었고 의외로 산녀의 외출이 잦아졌다.
그야 산녀의 외출은 주로 병원행이지만 그외에도 장거리 출타할 일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손님들이 줄어든 건 나무꾼이 위기를 느낀 것일까?!
아니면 이젠 힘이 딸리는 것일까?!
우찌된 일인지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남한 땅이 좁다고 종횡무진 매주 다니게 되네~
이번 주말에도 서울행이 잡혀있고 그 다음주엔 저기 남쪽으로 볼일 보러 가야한다.
10월에도 매주 뭔가가 잡혀있다.
산녀 인생에 참 희한한 일이 생겼다.
아쉬람터 연못에 부레옥잠이 무쟈게 번졌다. 뭐 거의 다 덮었네.
봄에 서른 포기 띄웠는데 저리 무섭게 번식하더라.
잉어랑 붕어 새끼들은 참 잘 놀더라.
먹이를 뿌려주면 우르르 모여들어 먹는다.
그 재미에 해거름 무렵이면 올라가서 한참 놀다온다.
요즘 해가 짧아져서 일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잦은 산녀의 외출 덕에 밭꼬라지가 엉망진창인데 아직도 돌아볼 엄두를 못내고 있다.
고추는 이제 더 딸 것도 없고 한로 즈음에 다 뽑아서 끝물 고추나 기대해야한다.
풋고추를 따서 장아찌나 한통 담고 고추부각이나 한 소쿠리 하고 그래야지.
무 배추는 그럭저럭 잘 자라고 있다.
대파도 힘을 내서 자라고 있고 늦게 심은 쪽파도 쏙쏙 올라오고 있다.
고라니가 뜯어묵었는지 근대밭이 작살이 났다.
참 고라니 식성은 알 수가 없다.
열무는 병이 와서 볼품이 없고 약을 치려해도 비가 와서 못 친다.
정구지는 꽃감상 억수로 한 다음 오늘 싹 베어냈다.
한 소쿠리 다듬어 겉절이 해놓고
닭들이 요새 알을 잘 낳아줘서 고맙더라.
다음주 쯤 병아리가 깨어날건데 몇마리나 부화할런지 모르겠다. 알 열두 개 품고 있는데...
봉덕이는 요새 무쟈게 심심해한다.
아이들도 바빠서 잘 못 오고 산녀도 널브러져 있거나 외출하거나 일하거나 그러니 놀아주지도 않고...
막 뭐라 툴툴거리는데 미안해서 들은 척도 안 한다.
대신 지지봉이 먹는 간식 한 개씩 입에 넣어주고 만다.
지지와 봉이는 요새 마당냥이가 되어 산다.
화려한 도시냥이들이 산골짝에 귀양와서 저리 될 줄 뉘 알았겠노.
마당냥이 삼남매는 여기저기 흩어졌다. 산녀의 축객으로 그만 그리됐다. 지들이 병아리들만 안 잡아묵었으면 계속 밥 걱정은 안 하고 같이 살았을건데... 지들 탓을 해야지 뭐~
덕분에 삼남매냥이가 낳은 아기냥이 일곱마리가 졸지에 강제 독립을 하게되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사냥하며 살더라.
차라리 이게 낫지싶더라. 잘되었다.
돋보기 안경을 맞췄다.
이제 책 보는데 돋보기 들고 안 봐도 된다.
백내장 수술한 건 잘했다싶다. 비록 비싼 노안 수술을 못해서 책 볼 때면 돋보기안경을 써야하지만 이정도면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