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벌레 소리

산골통신 2023. 8. 31. 20:07

잠 못 드는 날이면 유난히 풀벌레 소리가 귀에 젖는다.
참 시끄럽다 싶기도 하고 참 열일한다 싶고
니들 삶도 고단하겠구나 싶고 뭐 그렇더라...

아침저녁으로 서늘하야 그런대로 살만한데 사흘들이로 비가 추적추적~~

마치 가을을 재촉하는 그런 비가 내리더라.

그러다가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또 여름 막바지 힘 쓰는 걸 느끼게 하고...

참으로 다양 다사다난한 여름 보내기다.

매주 고구마 줄기를 두어 구루마 잘라와 다듬어서 나무꾼 일터로 보낸다.

반찬 중에 고구마줄기 반찬이 제일 인기라고... 다들 좋아하니 참 다행이다.

반찬이 변변찮아서 딱히 뭐 하기가 그런데 잘 드셔주니 고맙지 뭐...

올해 고구마가 심을 때부터 비가 잦아서 줄기가 무성무성~~ 마구 뻗어나가더라.

운반차로 두 차 실어냈을 때도 있는데 다음에 가보니 또 무성무성... 잘라냈단 말을 못하겠던걸~~

 

그러면 저 땅 속에 과연 고구마가 들었을까? 의문이 든다.

줄기가 굵고 실하다. 반찬해놓으면 아삭아삭 사각사각 식감이 일품이다.

어제는 저 줄기들을 다듬어 고마운 어르신댁에 고구마줄기 반찬하고 정구지반찬하고 도토리묵을 쑤어서 달걀이랑 매실액이랑 담아서 보냈다.

안어르신이 넘어지셔서 거동이 불편하시다하니 소박하지만 반찬이라도 하시라고...

 

내 할 수 있는게 이런 것  뿐이고 맛있다 드셔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며칠전 심은 김장 배추 이백여 포기다. 비닐하우스 안에 일부러 심었는데 김장하고 남는 건 월동시켜서 겨우내 봄내 먹을 예정이다. 작년에 해보니 어느정도 가능하더라고... 씨앗도 받을 수 있고~

나무꾼이 거름 깔고 갈아엎어주고 산녀가 고랑 따고 비닐 씌워 물 주고 심었다.

아쉬람터밭에도 이백여 포기 배추를 모종하고 남은 여섯 고랑에  김장 무 씨앗을 파종했다.  비가 잦아서 따로 물을 안 주고 심을 수 있어 좀 수월했다.

 

이제 남은 건 쪽파 종구 심기인데 아직 밭을 장만 못 했다.

혼자 하려니 그만 엄두가 안 나고 힘이 안 나서 나무꾼 오기 기다린다.

이역만리서 몇년 만에 조카들이 와서 한바탕 잔치를 벌렸다.

오랜만에 울아이들도 다같이 모여서 마당이 비좁게 둘러앉아 불 피워 이것저것 궈먹었다.

도토리묵을 저리 많이 쑤었는데 하나도 안 남았다. 

김치도 궈먹고 꼬치에 뭐든 꽂아서 궈먹고 아주 잼나게 놀았네~~~

다들 어릴 적 모습은 이제 없고 어른이 되어 이리 만나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싶더라.

사진이 막 흔들렸다.

잘됐네~~ 초상권땜시 ㅎㅎ 이거라도 올려야지.

며칠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서울로 부산으로 충청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매주 번쩍 번쩍 여기저기 다녀야 할 일들이 막 생겼다.

조만간 경기도 전라도도 가야한다.

나무꾼은 산녀를 꼭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

그래서 역마살이 짱짱한 나무꾼과 마치 나무처럼 바위처럼 살고자하는 산녀와는 늘 실갱이가 있다.

 

닭집엔 다시금 평화가 왔지만 잃은 스무마리 남짓 병아리는 어쩔 수 없고

암탉 서너 마리가 알을 품으려고 하길래 알을 넣어줬더니 한 마리가 오늘로 사흘째 들앉아 품더라.

나머지 세 마리는 진득하니 앉아있지 못하고 들락날락해서 알을 다 깨묵었다. 그래 매일 빈둥지에 고집스레 들앉아 있는 암탉들을 끄집어내 던져버리는게 일거리다.

 

병아리들을 다 잡아묵은 아기고양이들은 다 내쫓았다.

지들이사 영문도 모르게 내쫓기는 거지만 지켜야 할 상도덕???? 뭐 어쨌든~ 안 지켰으니 내 영역에서 쫓김을 당해도 된다.

 

비가 그치고 한 사흘 날이 갠단다.

이 틈에 쪽파밭 만들어 심고 밀린 밭일 좀 해야지.

열무를 잘 키워놨더니 온통 벌레들이 거미줄처럼 만들어놨다. 뭔 약을 쳐야 하려나...

고추도 다섯 번째 따서 말려놓고 이런저런 밭 정리도 해야하고...

어정 칠월이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일거리들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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