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책읽기 좋은 날~

산골통신 2023. 9. 26. 17:15

밤새 비가 내리고도 모자라 오늘도 하루종일 추적추적 가을비가 뿌린다.

난방을 하기엔 애매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
난방을 하지않은 집 안에 있자니 으슬으슬 춥고 밖에 나가자니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하릴없이 아랫채 썬룸 청소를 시작했다.
봉덕이가 흔들그네를 차지하고 온통 털투성이를 만들어놓아 도저히 앉을 수가 없더라.
조만간 다 걷어내어 새로 깔고 덮고 해야겠다.

그리고 지지와 봉이가 썬룸에서 생활하는데 이놈들도 털 뿜뿜공장인지라 온통 여기저기 털이다.
걸레로 빗자루로 한참을 털고 닦고...
겨우 앉아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여름철엔 아침저녁에나 썬룸을 사용했고 또 들일에 바빠 들앉을 새가 없었다.

모처럼 치우고 책 하나 꺼내 읽으니 새롭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1 2 3권
첫권은 좀 지루했으나 두번째 권은 흥미진진... 몰랐던 역사적 진실에 놀라움과 신기함 지적 충족감?! 뭐 하여튼 그런 것들이 생기더라.
1권에 비해 술술 읽히니 좋네!

밖에는 비가 뿌리고 산골은 조용하다.
이렇게 매일 살다간 대화라는 걸 잊어버릴 수도...

봉이는 산녀 뒤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고
지지는 산녀 앞에 척 누워 있더라.
사람 곁을 참 좋아한다. 맨날 뭐한다고 안 놀아주던 산녀가 모처럼 지들 영역에 들어와 오래 머무르니 좋은가벼~

냉큼 붙잡아다 털을 북북 빗어줬다. 처음엔 시원한지 가만 있더만 자꾸 빗어내리니 냅다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버렸다.
이놈이 나이가 드니 살집이 없어져서 아픈가보네.
털이 한 뭉치 공 만들만치 나왔다.
고양이들은 참 털만 덜 날리면 끼고 살 수 있겠는데...
진돗개 봉덕이도 봄철 털갈이 할 때 보면 무시무시하고
이 털복숭이들하고 살자니 참 고역이다.

이제 썬룸에서 주로 지내야겠다.
그냥 판넬로 대충 막고 샤시유리문만 달아놓은 공간이지만 내게는 최고의 장소다.
그동안 농사일이다 뭐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밖으로 돌았지만 이제 가을이고 곧 썬룸의 계절 겨울이 온다.
아무리 추워도 걱정이 없다.

작년말 만든 뒤 이듬해 봄까지 얼마나 많이 애용했던지...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이 곳에서 보냈었다.
겨울엔 햇살이 깊게 들어와 마루에 누워있으면 마치 햇살이불을 덮은 양 따스하고 따끈했다.

곧 겨울이 닥치면 노지에서 월동이 안되는 꽃화분들도 모두 이곳으로 들여놓을 수 있고 이듬해 올 바깥 봄보다 조금 일찍 봄을 누릴 수도 있고...

슬슬 비가 그치려한다.
밭일은 아직 무리고 그냥 무 배추밭에만 돌아보고 있다.
건들8월이다. 곧 동동9월이 오겠지.

요즘 묵은지 매력에 푹 빠져 산다.
한 3년 묵은 김장김치가 두어 통 있는데 씻어서 물에 한 이틀 담가두었더니 짠내도 빠지고 아주 아삭아삭 맛있더라.
쫑쫑 썰어서 비빔밥도 해먹고 지짐도 하고 쌈으로도 먹고 한솥 그득 찜을 해두고 아주 다양하게 해먹고 있다.

나무꾼 일터로 고구마줄기 한 바구니와 호박잎 한 바구니를 해보냈다. 아주 인기라네~
지난번엔 여수돌산갓 김치와 정구지겉절이를 한통 해보냈다.
가지 오이 호박 고추 깻잎 등등 눈에 띄는대로 담아보내고...
처음엔 나무꾼도 산녀가 주는대로 받아갔는데 이젠 적극적으로 호불호를 말하며 골라 챙겨간다.
왜냐하면 일터에 밥하는 사람이 정해져있는 곳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하는지라 하기 힘든 요리재료를 보내면 불편하기 때문...

달걀이 최고 인기이긴 한데 이노무 암탉들이 알 품는다고 네 마리가 들앉아 안 나오니 요즘 알이 귀하다.
한 마리는 병아리 8마리를 까서 키우고 있어서 안 낳고...
암탉들 고집은 못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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