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사냥2

산골통신 2023. 8. 2. 10:10

오늘은 어디 풀을 잡을까?
고추밭이 궁금해 둘러보다가 군데군데 탄저병이 온 걸 보고 이번주 내에 따야겠구나 생각한다.
밭 양쪽 가장자리 풀이 제법 자랐더라. 아무래도 풀을 쳐야겠네.

닭집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퍼질러앉아 정구지골 풀 잡아주고 들깻골 풀 쳐주고 그러다 고추골로 들어가 한바탕 낫질을 해댔다.
해는 서서히 올라오고 더 덥기전에 해야한다.
척척 베어넘겨 무진다.
우슬이 제일 성가시다. 관절에 도움되는 약초라는데 여기선 미운 잡초다.

바랭이는 이젠 더 미워하기도 싫고 손으로 잡아뜯다가 낫으로 치다가...
요즈음 연장은 낫이다! 낫가는 도구를 주머니에 늘 챙겨갖고 다니며 쓱쓱 갈아쓴다.

양쪽을 싹 쳐냈다.
속이 다 션하다!

저너머 노각오이골이 풀천지인데 그냥 냅두고 들어왔다.
노각오이는 풀 속에서도 잘 자란다.
토란도 풀을 이길만치 자랐으니 냅둔다.

얼치기 게글뱅이 농사꾼은 늘 이렇게 대충 급한 불만 끄고 산다.

참새들이 흙목욕을 하다 산녀에게 딱 들켜 포로롱~ 날라갔다.
아무래도 이 두 고랑엔 다년생 작물을 심어야겠다.
참새들 목욕탕이 일오재 앞마당에도 있더라.
왜 물목욕을 안 하고 흙목욕을 하는지 모르겠네.
티비에서 본 새들은 물목욕을 하던뎅!
뭐 취향이겠지...

식전 두어 시간 풀하고 쌈박질하고 들어왔다.
온통 땀으로 젖은 껍디를 벗어내 세탁기에 돌린다.
땀이 후두두 떨어지고 주르르 흐른다.
물 한 대접을 그대로 들이켰다.

슬슬 김장무배추밭을 장만해야한다.
내일 식전에 시작해볼까...

나무꾼이 한 보름여 못 온다.
8월 초에는 합천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가 있다.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한국인 희생자 추모 행사다.
미리 쌀과 채소 등등을 실어보냈다.

천상 산녀 일거리다.
매일매일 조금씩 해치워야지.
옥수수 베어낸 자리에 거름 대충 더 보충하고 배추랑 무랑 심고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도 고랑 만들어 배추 심어야지.
비닐하우스 안에 심는건 겨우내 먹을 용도다.
먹고 남는 건 그대로 안 뽑고 덮어두면 겨우내 월동하더라고...
그리고 봄에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고 씨를 맺던걸~
아주 좋아.
겨우내 시레기 우거지만 먹을 순 없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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