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이 지고 이제 흐리기는 하지만 말간 날이 들었다.
마당이고 밭이고 들이고 간에 온통 물 속에 질척이다가 조금은 발 디딜 수가 있어서 사방 돌아댕기고 있다.
구와꼬리풀 꽃이 피어난다.
깨진 항아리를 화분 삼아 심어두었더니 땅에 끌리지 않고 늘어져 피니 좋더라.
마당 곳곳에 쓰러져 있는 애들을 다 일으켜 세워 말목 박아 묶어주고하느라 아침 시간이 다 갔다. 마당 한바퀴 돌며 풀 뽑는 것도 작심하고 해치웠다.
나무꾼이 예초기로 한번 해주니 깔끔하더라.
그동안엔 잔디깍기로 대충 밀고 살았거든!
봉덕이의 고구마 농사가 대단하다...
이놈이 군데군데 8개를 묻어뒀는데 볼때마다 하도 웃겨서 내버려두고 있다.
아침마다 텃밭을 돌며 찬거리를 바구니에 담아온다.
요새는 노각오이 케일 상추 배추 근대 깻잎 토마토 고추 아스파라거스 부추 호박 등등이다.
장마 동안에 텃밭이 초토화~
고랑과 고랑 사이 구분이 없어지고 평평해져버렸다.
군데군데 바랭이 강아지풀 독새풀 방동사니 닭의장풀 쇠비름이 숨어서 퍼지고 살더라.
일삼아 하나하나 집어내고 뽑고했다.
작은 원예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뿌리를 잘라내기도 한다.
땅이 질어서 뿌리가 잘 안 뽑히기도 하고 뽑히더라도 흙을 한움큼 물고 나오기 때문에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 훨 효과적이더라구!!!
해서 요샌 호미보다는 가위를 들고 댕긴다.
상당 농막 뒤 축대는 폭삭 내려앉았다.
그 밑에 살고 있는 상사화와 국화는 어찌 되었으려나...
붓꽃도 반이 묻혀버리고...
겨울에 일거리 장만이다.
저 큰 소나무가 자빠졌다!
저대로라도 살면 좋겠는데 모르겠다...
이런저런 와중에 백내장 수술을 했다.
건강검진도 받고 치과도 가고 이비인후과 진료도 받고 두루두루 분주했네...
뭐 눈이 보여야 글도 읽고 쓰고 답글도 달고 할텐데 온통 부옇게 보이니 그만 아무것도 못했다.
이제 좀 안정이 되어서 자알 보인다.
수십년 쓰던 안경을 벗어던졌다!
다만 책이나 폰을 보는 것이 쪼께 불편하긴 한데 그건 시일이 지나면 괜챃아진단다. 또 나날이 좋아지기도 하고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또또 이 와중에!!!
손님도 한팀 와서 옥수수를 다 따고 밭정리 하고...
초복 중복 지나갈 동안 닭을 키운다는 집에서 닭 한 마리도 못 잡아묵는 게 말이 되냐 싶어~
손님들 온 김에 한 마리 잡아 가마솥에 푹푹 고아 묵었다.
손님들보고 아침부터 가마솥에 장작불때라고 시켰다.
딱 두시간만 저 화력으로 때야 혀!!! 한눈 팔지 말구!!!
솥뚜껑에 고기도 굽고 옥수수도 한 솥 삶고해서 푸지게 묵었다!
음~ 이제 복날 같이 보낸 것 같구만...
자아~
이제 한여름이다!
가을맞이 농사를 준비해야한디.
대충 밭갈아서 얼갈이 배추 씨앗 뿌리고
포트에도 좀 뿌리고...
가을 상추도 뿌려야겠네~
곧 있으면 김장 무 배추도 갈아야하니까
덥다고 그늘에서 쉬지말고 일을 해야한다!
고추도 붉어가니 따서 말려야지~
일은 천지빼까리로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