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닭들의 수난 그리고...

산골통신 2023. 4. 25. 22:28

이른 봄 입춘에 깨어난 8마리 병아리들이 이웃집으로 분양가고 암탉 한 마리가 알 10개 품고 들앉아있다.  얘들도 곧 병아리로 까나오면 다른 이웃집으로 분양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작년 초겨울 서리배로 깨어난 7마리 병아리들 중에서 4마리가 수탉이어서 기존 있던 대장장닭 한 마리까지 다섯마리의 수탉들이 14마리 암탉들 쟁탈전에 들어갔다.
슬슬 발동을 걸드라구...
지난번 장닭들중 4마리를 잡아묵었는데 또 서리배 아그들이 수탉 행세를 할 정도로 자랐으니...
조만간 거하게 서열 싸움이 시작될 조짐이라...
암탉들 등짝 털은 남아날 새가 없고... 가장 총애를 받는 암탉 등짝은 아주 헐벗었더라는...

도저히 더는 두고 못 보겠어서 오늘 호시탐탐 수탉들 격리시킬 작전을 짜고 있던 중~

해거름에 알을 꺼내러 들어갔는데 닭집 맨 안쪽 병아리육아실로 쓰려고 칸막이를 쳐서 막아둔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수탉 네 마리랑 암탉 한 마리가 들어가 놀고 있네?!
유심히 보다보니 한나 두이 서이 너이~ 엥?! 이거 뭔 일?!
진짜 그랴~
어허 어허! 이거 잘됐다!
냉큼 칸막이 문을 닫아걸었다!!!!!
이게 웬 횡재냐?!?!
격리시키는 일이 나름 번거롭고 힘이 드는 일인데 이건 뭐 지들이 알아서 들어가 있어?!
그간 들락거리면서 적응하라고 문을 열어둔 보람?! 덕을 보는구만!
일일이 붙잡아서 넣을 생각하고 오늘밤 거사를 치르기로 맘을 묵었는데... 아주아주아주 잘되얐다!!!

암탉 한 마리가 껴들어간 거는 아까 다시 가서 꺼내놨다.
야들은 어둠 속에선 아무 힘도 못 쓴다.
한동안 수탉들 아우성 소리에 시끄럽겠다마는...
곧 다 잡아묵을거이니 괘안타!

근데
재미난 건 다섯마리 수탉 중 가장 힘없고 비실거리던 수탉이 살아남았다는 것!
아까 저녁에 껴들어간 암탉 한 마리 꺼내러 가서 살펴보니
밖에 남은 수탉 한 마리가 홰에 올라가 자는 암탉 무리 속에서 자지않고 알둥지 속에서 두 마리 암탉들이랑 같이 자고 있더라구...
엉? 니는 왜 여그서 자냐? 이제 니만 남았으니 니가 대장이여!!!
설마 니가 제일 서열 꼬래비였냐?!
하이고 이런 일이...
얌마~ 이제 니가 대장해라! 인생 아니 계생역전이다!!!

하여~
나름 쪼까 신경쓰이던 일이 이렇게 수월하게 해결이 되어버렸다는 뭐 그런 이야기!

텃밭 가장자리에 울타리 삼아 심은 황매화~
그 밑에 타래붓꽃이 같이 피어있다.

산밭 취나물 천지~
역시 야생 취가 훨 향이 진하고 맛이 있다.
한 자루 뜯어와서 반찬 만들어 나무꾼 일터로 보냈다.

작년에 금낭화 싹인 줄 알고 냅뒀는데 올봄 매발톱 꽃이 피었다.
그러면 그많은 금낭화 싹들은 다 어디 갔을까?!
작년 꽃모종 한차 실어보낸 손님네로 묻어갔나?!

꽃양귀비와 냉이가 어릴적엔 분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
풀 뽑다가 이게 꽃양귀비인듯하야 고이고이 모셔다가 화분에 물 주고 한 며칠 보살폈더랬는디...
하이고 야 좀 보래...
냉이꽃이 피었어!!!
힝~ 얼른 뽑아 던졌다~

오늘 차분차분 비가 하루죙일 내려서 밭일은 못하고 비닐하우스에서 놀았다.
<비일하우스> 라는 말이 딱이다!

디기탈리스 씨앗을 모종판에 조심조심 넣다가 그만 폭삭 엎었는데
그 씨앗들이 모조리 싹이 텄어! 와우~ 100% 발아여~
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저걸 어찌 하나하나 뽑아 심을꼬나... 은근 걱정이 되던차~

오늘 모종판 줄줄이 상토 담아 착착 쌓아두고 핀셋 하나 들고 시작했다.
비는 오고 할 일은 없고 이거나 죽치고 앉아 하지 뭐~

총 225포기~ 오메~
그것도 한구멍에 한 포기씩 심은 것도 아니고 몇포기 뭉텅이로 심겨진 애들도 많으... 그거 일일이 갈라 심으려다가 연약한 줄기라 애들 죽이겠어서 그냥 대충 몰아서 심었지 뭐...
나중 더 크걸랑 또 갈라 심으랴고. 다 합치면 씨앗봉지에 쓰인대로 1000포기는 될듯!
그 씨앗들이 모조리 100% 싹이 틀 줄 내 우찌 알았노 말이다...
그나저나 디기탈리스꽃길 만들어야겠넹~

몇년 전 밭가에 회양목 씨가 떨어져 무수히 자라고 있길래 하나하나 뽑아와서 크고 넓적한 화분에 묻어뒀었다.
그냥 한 이년 물이나 간간이 주면서 잊어버렸는데
어제 화분정리하면서 보니 제법 컸네!
화분이 비좁드라구...
그걸 화분째 엎어서 뿌리를 뜯어 갈라보니 총 45그루
작은 화분들 총출동시켜서 하나하나 심어줬다.
얘들 잘 키워서 회양목길 만들어야지!
자라는게 더뎌서 글치 잘만 자라면 이쁘더라구...
오늘 화분작업한 회양목 싹은 재작년 애들이고 작년에 뽑아온 애들도 한 화분 있다.
얘들도 한 40여 그루 될듯한데 이젠 심을 빈 화분이 없당!
니는 한해 거기서 더 커라~

비도 오고 먼지도 안 나고 해서 비닐하우스 청소 좀 했다.
비 오는 날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면 빗소리가 증폭이 되어 좀 시끄럽다.
우두두~ 소리가 마치 소낙비처럼 들리기도...

나무꾼이 남아있던 꽃화분들을 모두 꺼내 날라다 주고갔다.
애들 할머니집 봉당에 줄줄이 늘어놓으니 볼만하더라...
겨우내 있던 화분들을 다 내보내고 이리저리 청소를 해주니 깔끔하니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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