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러다 병아리 잘 깐다고~

산골통신 2023. 4. 19. 10:43

산녀 닭 잘 키우고
병아리 잘 깐다고 소문이 제대로 났나보다.

오전내내 비가 오고 날이 춥고 서글프고~
밭일은 못하니 집에서 쉬다가 비가 얼추 그치고 날이 개니 밖엘 나와봤다.
이런날 면에 나가 묵은 볼일 보면 좋겠다싶어
날 잡고 나가다 마을 초입에 다다르니 이웃 아지매 한 분 산녀를 기다리고 계시더라구...
멀리서 산녀 나오는 걸 보시고 부랴부랴 집앞 길가에 나와서 지켜선 모양이여!

전에 입춘병아리 8마리 깐 거 다른 이웃 아지매네 드렸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셨는지 그 병아리들이 참 좋다며  우리 병아리 또 까면 다 달라시네.

지난주인가 한 마리가 알 10개 품기 시작했다고~
까나와서 한달은 더 키워야 드릴 수 있다고~
암컷 수컷 각 몇마리 나올라는지~
또 알10개 품지마는 몇 마리가 부화에 성공할지~
또 까나와서 몇 마리가 살런지 모른다고~
구구절절 말씀드리니

아~ 다 됐고 일단 까면 무조건 딴데 주지 말고 우리 줘!
아주 다짐다짐을 꾹꾹 눌러 박으시고 들어가셨다.

닭집은 좋게 잘 지어놨는데 달랑 닭 두 마리만 있다고...
전에 족제비한테 다 당해서 닭집을 새로 지으셨단다.
닭이 있다가 없으니 아쉽다고 병아리 까면 무조건 다 달라고 신신당부하시고 들어가셨다.

졸지에 산녀가 이 산골짝 작은 마을에서 병아리 잘 까는 사람으로 당첨! ㅎㅎ
다신 병아리 안 깔려고 알 품으려는 암탉들이랑 둥지 쟁탈전을 억수로 하고 있구마는~
이제 둥지 들앉아 차지하던 말던 냅둬부러?!

비는 그쳤지만 날씨가 새초롬하니 논일이건 밭일이건 못하게 생겼으니 다들 면 나드리 시내 나드리를 하는가보더라.
농협 직원이 비가 오니까 다들 나오셨다고~
농민수당을 지급한다고 어제그제 이장 방송을 했으니 또 그거 받으러 나오기도 하고 이차저차~
산녀처럼 묵은 볼일 몰아서 보러 나오기도 하고~

우체국 들러 농협 들러 농자재상 들러 마트 들러~
한참 돌아댕기다 왔다.
면까지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 산과 냇가로 막혀있어서 걸어갔다오기엔 좀 무리수가 있기는 한데 운동삼아 휘적휘적 갔다온다.

예전엔 산녀 걸어댕기는 걸 보고 만나면 동네 사람들 차 태워주려고 기를 썼더랬다.
하이고 됐어요~ 지는 일부러 걷기 운동해요!!!
그러던 분들이 세월이 지나 병원에서 걷기 운동하라고 했다고 산녀보고 같이 냇가 둑길 걷자고 몇시에 어디로 나오라고 그러시더라 ㅎㅎㅎ
언제는 걸어댕긴다고 이상하다고 힘들다고 이해가 안 간다고 마구 타박을 하시더니만!!!

이 산골짝 탁상행정 중 하나가 노래교실인데...
그거 취지도 좋고 다 좋은데 참...
시기가 문제여!!!

농한기나 겨울철에 하지 왜 꼭 이 봄날 바빠죽는 철에 하냐고오...
뭔뭔 축제도 많기도 한데 그거야 뭐 두루두루 상부상조 취지니까 그렇다고 하고~
노래교실에 가 앉아 한가하게 노래 배울 사람이 누가 있나 이 봄철 일철에...

이장 방송이 시끄럽다.
사전 신청 안 했어도 오시란다. 자꾸자꾸 오시란다.
산녀는 노래하곤 절대 안 친한 절대음치라 미안합니다 ㅎㅎ

비 온 뒤 우후죽순 저 풀들... 차마 뽑아주고 깎아줬단 말 못하겠네!

수돗가 가장자리에서 네잎클로버 다섯개 발견! 자꾸 나오니 이젠 심드렁... ㅎ

자꾸자꾸 이런저런 모종은 늘어가고...

루피너스 싹이 오종종~ 귀엽다.
아직 옮겨심을 정도는 안 된다.

그리고 디기탈리스 씨앗이 먼지같아서 훌훌 뿌리다 팍삭 부어버려서 이 지경이 났다.
좀더 크걸랑 핀셋으로 집어내서 모종판에 옮겨심어야겠다.

루피너스와 안개초~
지난번 공사때 시멘트 잔해에 묻혔다가 살아난 애들하고 딸아이가 보내준 아이들이다.
조만간 내다 심어야지.

봉덕이~
비가 오니까 흔들그네에서 하루죙일 취침!
절대 안 나온다! 그네가 이놈 때문에 꼬질꼬질~
이놈아 이 그네 내꺼야~ 내놔!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하나 유지하기가~  (18) 2023.04.21
냉이는 잡초다!  (12) 2023.04.19
내 귀는 둘이지만...  (16) 2023.04.18
느닷없는 고추 심기~  (10) 2023.04.17
풀떼기밥상 그리고...  (12) 202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