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떼기밥상 그리고...

산골통신 2023. 4. 15. 13:59

나물 바구니를 앞에 놓고 좀 쉬었다 하자~ 뭐 이카면서 쉬려던 때...
불쑥 들이닥쳤다!
오후에 온다지 않았나? 왜 아침에?! 산녀 아직 아침도 안 묵었는디...

뭐 그러거나 말거나 도시일꾼들은 들이닥쳤고 밥상 준비는 안되었다.
서둘러 밥부터 앉혀놓고 나물바구니들을 갖고 들어와서 다듬고 씻고 물을 들통으로 두 솥 올려놓고 끓이고~
차례차례 삶아내고 데치고 씻고 물기 빼서 착착착 무치고 버무리고~

무념무상 해치웠다!

아직 쥔장은 일터에서 안 들어오고~
일꾼들 먼저 일을 시키라는데... 일단 밥부터 먹고 합시다~
부랴부랴 쑥국이라도 끓여 나물반찬에 밥차려주고

거름푸대 수십여 장하고 오삽 각삽을 구루마에 싣고 거름터미로 가서 일을 이케이케 하라고 시켰다.
고생했지~ 삽질이 어디 쉬운가~

밭에 거름을 날라 깔고 펴고 관리기로 갈아 엎어서 고랑을 따고 비닐을 씌웠다.
난생 처음 이런 일을 해본 도시일꾼들~ 엉망진창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일손 아쉬운 우리네는 이마저도 고마운 걸~

그래도 다 해냈다. 하다가 요령도 생기고 일머리도 생겨서 나중엔 다들 잘하더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올겨들|
안쓰던 근육을 써서 여기저기 곡소리가 날겨 아마도...

온통 풀떼기밥상인지라 조끔 미안하던 차 큰아이가 문어를 사와서 삶아내니 좀 덜 미안터라 ㅎㅎ

부지깽이나물 눈개승마 두릅 땅두릅 당귀잎 섬초롱순 삼잎국화순 정구지무침  머구무침 곰취 고수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삼동추 참나물

거기에 넘의살 좀 굽고해서 구색은 맞췄다.
마당에서 궈먹으려고 했는데 비가 오려고해서...

이렇게해서 밭하나 장만은 마쳤네.
여기에 그네들 소원하는 옥수수랑 금화규를 심을 거다.
먹고 남는거 판로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나머지 남은 밭에는 가을에 무 배추나 심던가...

일 다 하고 김치찌개 끓여 남은 나물에 밥 묵고 일꾼들은 다시 도시로 떠났다.
뭐 들려보낼 것이 마땅찮아 달걀 한 판씩 앵겨주고...

도시일꾼 중 하나가 산녀 화장하라고 파운데이션하고 루즈를 선물했다.
내 평생 신부화장 말고는 뭐 발라 본 적이 없는데...
어디갈때 슬쩍 바르고 나서봐?!

비가 온다. 비바람치고 난리난리~
그래도 일 끝내고나서 오니 얼마나 다행인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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