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에서 두릅 따다가 몇 걸음 앞에
낙엽 덤불가에 낮잠자는 독사...
멈칫...
내 손엔 나물 뜯는 칼 밖엔 없다. 불리하네...
그냥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
니는 깨지 말고 고이 자라! 내는 두릅 좀 따다 갈게.
엄나무 가지가 너무 높아 따다가 지쳐 나무꾼에게 패스~
엄나무순은 연하긴 한데 별 맛이 없다. 타이밍 맞으면 따고 늦으면 그냥 보내버린다. 원순은 크고 먹을만하지만 곁순은 자잘하고 먹잘것이 없다.
땅두릅 씨앗이 산으로 번져 야생이 되다.
땅두릅 맛을 본 나무꾼~ 나무두릅보다 낫다네~ 동감!
칼로 도려내서 한 바구니 만들어오다.
나무 두릅순을 언넘이 똑똑 따쳐먹었다. 고라니냐 멧돼지냐?
멧돼지들 다니는 길이 여기저기 있더라.
뭘 먹으려고 하는지 왕창 왕창 구덩이를 파놓았다. 무덤은 안 건드리면 좋은데 이놈들이 그걸 아나~ 이웃 아재 묘소는 또 건드려서 보수를 해놓았더라.
쑥이 지천이라 한 바구니 뜯고
머구도 바글바글하여 한 바구니 뜯고
아쉬람터 연못으로 흘러드는 샘가에 머구가 엄청나다. 요즘 순이 데쳐서 먹으면 싸그리한 것이 맛나다. 더 크면 대궁만 잘라 먹고 잎은 푹 삶아서 쌈으로나 먹어야 한다.
나무꾼은 아쉬람터에 수십여 그루 나무를 심고 산녀는 쑥을 뜯다가 머구 뜯다가 봄날 돌아댕기기만 했네...
요즘은 온통 풀떼기밥상이다. 그래 달걀 후라이 좀 하고 이웃이 준 조기새끼 좀 굽고 해서 밥 묵었다.
어제오늘은 쑥을 뜯었으니 쑥국을 해무야지!
나무꾼이 한 냄비 싹 비워버림!!!
쑥을 듬뿍 넣으니 맛이 있더만~
토란을 묻어야 하는데 밭장만이 안되어 있네.
괭이들고 풀밭이 되어버린 고랑을 파뒤집어 대충 거름 넣고 골을 만들어 삐죽삐죽 싹이 돋은 토란을 하나씩 넣었다.
씨앗이 남아 밭 주변에 빙 둘러 토란 울타리를 쳐버렸다.
나면 좋고 뭐...
감자싹이 올라오는데 그만 서리가 내렸는지 잎이 얼었던가벼~ 축 늘어졌네. 괜찮으려나... 이웃들 감자싹은 괜찮은데 희한하네...
취나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곡우 무렵이면 딱 좋겠네.
두메부추하고 정구지하고 쪽파가 벌레 공격으로 초토화가 되다. 어느 순간 그리 되더라.
약을 안 치니 그런듯 싶은데 새까만 애벌레가 바글바글~
저놈이 어디서 왔냐?! 싹 다 파먹었네!
산골 이웃들 하는 식으로 토양살충제를 미리 치고 제초제도 미리 치고 그리고 나서 심어야 하나...
일단 급한대로 부추하고 쪽파는 살려야 해서 쪽파한테 치는 살충제를 하나 구해서 쳐놨다.
우리 밭에는 온갖 벌레들이 다 사는가보다. 작물에 이롭던 안 이롭던간에 살기좋은 터인가보다.
이웃 아지매한테 넘긴 입춘병아리 8마리는 잘 살고 있다한다.
값을 너무 후하게 쳐주려고 해서 반 뚝 잘라 받고 돌려드렸다.
안 받으시려는 걸 그냥도 드려야 하는데 돈받아서 좀 그렇다고 막 우겨서 반만 받았다.
어제 알 품겠다고 며칠을 산녀하고 실갱이하던 암탉 한 마리~ 기어이 산녀를 이겨묵고 알 열개 획득하다!!!
그만 산녀 성질나서 알 둥지채 냅다 들어서 병아리육아실로 처넣어버렸다. 암탉이 죽겠다고 뛰쳐나와 난리버거지를 쳐댔지만 니 그래봐라~
잠시 후 조용해지더만! 알둥지로 들어가서 얌전히 품고 앉았네! 흠 니 우짤겨! 니 소원대로 됐잖여!!!
봄가을이면 항시 일어나는 암탉과 산녀의 일상 쌈박질이다!
이제 대낮에는 뜨거워 일을 못한다.
나무꾼이 심은 나무들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줘야하는데 이따 해거름에나 해야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나무꾼도 나무 심고 물 안 준 것이 은근 걱정이 되었던지 일터에서 연락이 왔다.
어제 심은 나무에 물 좀 주라고 ㅎㅎㅎ
아무리 며칠전에 봄비가 왔어도 물은 줘야지.
화분에 묘목을 심어서 키우다가 아침식전에 물을 흠뻑 준뒤 그대로 꺼내 심었기때문에 사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그래도 물이란 넉넉한게 좋지! 워낙 가물어서 봄비 한번 왔다고 다 되는게 아니란 말여.
노란 호스 100미터 짜리를 집어들고 질질 끌어서 올라갔다.
일오재 수도에 연결하고 그 끝을 쥐고 윗밭으로 휙~
마치 서부영화 카우보이 밧줄 던지듯!!!
몇번만에 성공!
위에서 낑낑거리고 잡아올려 나무마다 물집 만들어둔 곳에 흠뻑흠뻑 물을 대줬다. 이것도 한참 걸리는구만!
내일 비소식이 있다하지만 와야 온거고!
주말에 온다하지만 얼마나 올지 모르고~
항상 이맘때부터는 모든 작물에 물 주는 일이 일상이다!
물이 없으면 삶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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