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꼭 저 물을 마시더라~

산골통신 2023. 1. 17. 18:01

마당에 사는 아이들은 샘가에 둔 물그릇 물을 잘 안 마신다.
꼭 방티연못 물을 기어이 마시더라구...
저 물과 샘물이 뭔 차이가 있나... 지하수 샘물이 더 깨끗하지 않나?! 항시 그게 의문이었다.

오늘 아침 아랫채에 사는 지지 할매가 저 항아리 수반 물을 마시고 있더라!
며칠전 노랭이와 뚠뚠이 삼색이도 이 물을 마시는 걸 봤었다.
마당 아이들은 그려려니 했는데 방에 사는 지지까지?!
허참!
방에 깨끗한 물이 항시 있는데?!
마루방이 생긴 뒤로 아랫채 방문을 낮동안엔 열어둔다. 지지와 봉이가 나와서 돌아댕길 수 있게...
지지와 봉이 자매는 올해 14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 정도가 아닐까 싶네.
도시 살다가 산골로 와서 적응하며 살기가 참 힘들었지싶다.
고양이털을 기맥히게 싫어하는 나무꾼 덕분에 아랫채에서 따로 산다.
이젠 털관리도 못 할 정도로 기력이 없는지 털이 삐죽삐죽 떡이 져있다. 빗어줘도 소용이 없네.
그저 자연수명대로 살다가는 걸 지켜볼밖에...

날이 은근 춥다.
서산 노을을 바라보며 마루방에서 멍때리고 앉아있다.
성급한 봄맞이는 잠시 치우고...
가까이 초록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설이 코앞에 닥쳤는데 아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떡국떡만 마을에서 나눠줘서 있고 나머진 아무것도 없네...
설장을 보러 오일장에 한번은 가야하는데 머리 속에서만 생각이 떠돌아다니고 몸은 꼼짝을 안 하고 있다.

머리 속에선 해야 할 일들이 빼곡히 들앉아있다.
설 쇠고 나면이라고 조건을 달아놓고 미적미적~

올해는 농사를 팍 줄인다고 절치부심 맹세를 했는데 날이 따셔지고 봄이 가까워오니 희한하게 맘이 심숭생숭!!!

아니야 까이꺼 고추 500포기는 일도 아니야 할 수 있어! 하면 이득이 크잖아...
들깨도 참깨도 콩도 감자 고구마도 옥수수도 무 배추도~
아직은 더 일 할 수 있어 해보자구!!! 등등 맘 속에서 요동을 치더라구!!! 밭이 너르고 많이 심어서 두루 나누면 좋잖아!!!


안돼! 안된다구! 일 벌리지 말어~ 우리 먹을 것만 하자구!
내 몸 상해가면서 일 벌리다가 쓰러지면 뭐하냐구!!!
하루에 몇번씩 맘을 다잡고 잡는다...

맘 변하기 전에 고추모종 키워주는 아지매한테 연락을 해놔야겠다! 올해는 안 한다고!!! 우리 모종은 키우지 말라고~

봄은 무섭다!!!
뭐든 하게 만드는 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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