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본래 이리 성급한가~
아니면 이 산녀가 참을성이 없는 건가~
뭐 어쨌든!
요즘 이 곳에서 노상 산다.
비가 연 사흘째 이슬비도 아닌 부슬비도 아닌 것이 내린다.
응달 눈도 다 녹았다.
마치 봄비가 온듯 날씨는 그러하나~ 이 비 그친 뒤에 올 추위가 은근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랫채 마루방에 화분 몇 개를 더 들여놨다.
정리를 해야하는데 되려 더 갖다 놓는~
생일선물이라고 이름붙여져서 온 아이들이다.
트리안 셋 개운죽 여섯~ 그리고 옹기 수반 두 개 자갈 두 봉지 숯 세 개 꼬마 항아리 셋
그냥 주섬주섬 담아놨더니 저래 되더라~
트리안이 수경재배가 되던가?! 봐뒀다가 안되면 흙 화분에 심어야겠다.
진달래 두 그루 명자나무 두 그루 파서 화분에 들였다.
진달래는 어린 2년생일때부터 키운 애인데 여엉 자람이 더디다. 꽃도 많이 안 오고...
연분홍 명자나무 한 그루는 마당가에 새끼 친 애가 작약 틈바구니에 자라고 있길래 살살 삽으로 떠서 옮겼고
빨강 명자나무 한 그루는 올 봄에 오일장 꽃묘목 파는 아저씨가 그냥 덤으로 주신 거다.
이른 봄 가지에 연초록 새싹이 움트는 광경을 보고싶은 거다.
오래전 꽃집에 들렀을 때 무슨 덩굴식물인듯 한데 둥글게 둥글게 이쁘게 만들어서 마치 화환처럼~ 그 가지들에 새싹이 병아리처럼 돋아난 걸 보고 홀딱 반했었는데...
그걸 안 판다고 하더라고...
그뒤로 그걸 다시 본 적이 없었는데 무슨 식물인지 모르겠다.
꿩대신 닭이라고 밭두렁에 흔한 조팝나무 한삽 떠다가 만들어도 되지싶고~
인동덩굴도 괜찮을거 같고~
뭐든 눈에 띄는대로 재현해보고싶다.
비가 온 덕분에 언 땅이 녹아서 질퍽거린다.
닭집에 물 심부름 안 해도 되네~ 그동안엔 언 물통에 뜨거운 물 주전자 들고가서 얼음 깨주고 물 더 부어주고 그랬는데~
마당냥이들 물도 이제 안 얼더라!
물을 주러가면 금새 달려와서 목마른듯 옹기종기 모여서 물을 마시더라구... 밤새 물이 얼었으니 그걸 핥아먹기도 힘들었을거야.
닭집에 또 알을 품겠다고 설치는 암탉들이 세 마리나 된다.
이제 병아리 필요없는디... 산녀가 닭장사 할 일도 없고 말이지~
쟈들 왜 저런대...
그 중 한 마리가 은근과 끈기가 대단하야 결국엔 못 이기고 알 열한 개를 넣어주고 안쪽방에 넣어줬다. 저녁 깜깜할 때 옮겨야 하는데 구찮아서 들어다 놨더니 그만 알 버리고 기어나오려고 난리를 쳐서 문을 열어주고~
밤 9시 넘어서 다시 가서 둥지를 들어옮겨줬다.
오늘 아침에 가보니 얌전히 들앉아 있구만!!!
모이랑 물통이랑 채워줬다.
아쉬람터 연못도 반 정도는 녹았던데 온통 흙탕물이더라...
겨울 지나 봄이 올 무렵에는 냇가 물도 도랑 물도 연못 물도 전부 탁한 흙탕물이 되던데 그게 언땅이 녹아내려 그런가~
안개가 자욱하니~ 마치 망망대해 섬에 고립된 그런 느낌이더라~
며칠동안 그러했는데 오늘 조금 걷혔다.
여전히 냇가 건너 마을은 잘 안 보인다.
앞산이 산인지 하늘인지 구분도 안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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