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일복은 타고났다.

산골통신 2022. 12. 3. 14:00

식전 마당에 내려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잔뜩 찌푸려져있더라.
그래도 그리 춥지 않고 바람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속으로 안도를...
그짝 김장 일정에 맞추려면 오늘 오전 중으로 절여야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 씻어 건질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나무꾼은 이따 저녁 늦게야 도착할터이니 천상 산녀 혼자 해야한다.
뭐 언제는 혼자 안 했나 뭐~ 새삼스럽게시리 ㅎㅎㅎ
해마다 이 단체에 보내는 김장배추 절이기는 항상 혼자 했었다.

비닐하우스 안 배춧골 두 고랑~ 희한하게 가을이 길어서 볼품없던 배추들이 막판에 힘을 내어 속이 찼다.
그래도 반 정도가 포기가 부실해 은근 걱정이 되던차 며칠 전에 이웃 아지매가 스물두 포기를 선뜻 가져가라하셔서 얼른 가서 영차영차 실어다 놨었다!!! 복받으실겨유~ 아지매!

갑자기 닥친 추위에 배추가 얼까봐 비닐하우스 문 단속하고 부직포로 덮어놓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네!
그 바람에 무쟈게 신경이 쓰이고 힘들어 그만 나무꾼을 통해 그 단체에 내년부턴 11월 중에 하자고 청을 넣었다!
날씨가 엥가이 추워야 말이지...

또하나 난제는 마당 수도가 얼어버렸다는거...
오전 중에만 물이 나와도 절이고 씻고 하는 건 할 수 있는데 낭패로다... 매일같이 아무리 틀어보고 기다려봐도 한번 얼어버린 수도는 햇살이 엄청 좋지 않는 한 안 녹더라!
그래서 포기!
집안에서 하자!
우리집은 좁아서 안되고 엄니집으로 갔다.
다행히 큰 고래통이 들어간다. 주방 문도 떼어내면 들어가겠구마는 그렇게까지 하기가 ㅎㅎㅎ
혼자 안 돌아가는 머리 굴려가며 이 궁리 저 궁리 열나게 하면서 일을 했다네~

자아~ 필요한 통들 소쿠리 바구니 바가지 온갖 도구들을 총동원~ 엄니집으로 실어날랐다.
소금도 한 푸대 갖다놓고~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좋은 놈들만 골라 42포기 다듬어서 여러번 나누어 수레에 실어날랐다.
까이꺼 얼마 안 되네~
혼자 해서 힘든거지 일 축에도 안 낀다구!
큰 고래통에 소금물 짭짤하게 만들어 배추를 반 쪼개어 착착 넣었다.
그 위에 큰 다라이를 올려놓고 물을 그득 담았다.
그러면 절여지는대로 쑥쑥 밑으로 내려가면서 소금물에 다 잠겨서 금방 골고루 절여진다. 뒤집을 필요도 없다! 오늘 저녁늦게라도 다 절여지면 씻어 건지고 안되면 내일 새벽에 하면 된다.

(잘도착되었다는 연락 받음! )***

일 끝!
맛난거 해묵고 쉬자!

내일은 배추싣고나서 쌀방아 거하게 찧어야 한다.
쌀은 서울로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지인한테 갈거다.
몇 가마가 되려는지 찧어봐야안다. 택배가 이 골짝엔 안 들어오는데 이웃 마을로 가는 차라도 불러서 부쳐야지!

(쌀방아는 바쁜 일정에 다음으로 미뤄졌다.
일손 생길때 하기로... 시방 이런저런 일들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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