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닭집에 들여다보니 물이 얼었더라. 주전자에 뜨거운 물 담아가지고 가서 부어준다. 닭들이 목마르면 얼음을 쪼아먹기도 하더라.
마당냥이들 봉덕이 물그릇도 얼어서 뜨거운 물을 부어 얼음 깨주고 다시 물 담아줬다.
마당 수도가 햇살이 올라와서 한참 있어야 물이 나온다.
한짝 구석에 놓아둔 물그릇에 냥이 발자국이 콕 찍혀있더라!
물 마시려고 왔는데 얼어서 저리 발만 대보고 갔나벼!
보일러랑 마당 수도 모터들이랑 비닐하우스도 매일같이 한바퀴 돌면서 살펴야 한다.
이제 겨울철이라 신경 좀 써야한다.
그리고 올 겨울 새로 생긴 일거리~
아쉬람터 연못 물고기들 밥주기!
도시 연못에 있을땐 일주일에 한번 줬다는데... 이제 아기식구들이 대거 늘어났으니 사흘 간격으로 줘야하지 않으려나...
춥다고 안 움직이면 나중 봄이 왔을때 오동통 너구리 되어서 데굴데굴 굴러나와야하는 불상사 발생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산골에서는 매일매일 해야하는 소소한 소일거리 장만해두는 것 필수!
그래야 안 심심하고 몸도 움직일 수 있고 이모저모 좋다!
오늘은 나무꾼이 까마귀 고기 잡수신 덕분에 강추위 바람을 뚫고 면 우체국 나드리를 해야했다.
산녀 특징이 해야할 일이고 할 수 있으면 그냥 무념무상 하고 본다. 아 물론 해야할 일이더라도 하기 싫거나 안 꽂히면 죽어도 안 하지마는~ 그런 일들이 몇가지 있긴 하다.
뭐 그건 그렇고...
이번 주말 40포기 배추 절여서 고춧가루와 함께 보내는 일정이 있는데... 그중 고춧가루를 먼저 보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나무꾼 편에 사전 연락이 된 모양인데 산녀에겐 전달이 안되어 ㅠㅠ
해서 오늘 부랴부랴 박스 포장해서 카트에 싣고 산길을 둘둘둘 바퀴 소리 요란하게 내가며 걸어갔다 왔다.
다행히 산길과 다리가 새로 생긴 뒤로는 멀어도 면에 가기가 좀 수월해져서 마음만 먹으면 갔다 올 수 있긴 하다.
햇살은 쨍하니 괜찮은데 바람이 차서 손이 시렵다.
장갑을 찾으니 있나~ 어데 잘 놔뒀을텐데 급히 찾으니 못 찾겠네~ 에라이 빨간 목장갑 주섬주섬 끼고 털모자 푹 눌러쓰고 갔다왔다.
후딱 우체국에서 부치고 되돌아 걸어오는데 어여 집에 가서 쉬고 싶더라!
산천경계 두루두루 구경하며 걷던 그동안의 기분내기는 사라지고 그저 따뜻한 내집구석이 간절하더라 ㅎㅎㅎ
면 마트에 들러 이런저런 것들 살 계획도 있었으나 만사 구찮더라마... 면에 무슨 행사가 있었던지 아지매들 할매들 우르르... 나오더라. 다들 트럭이나 차를 갖고 왔는지 하나씩 부릉부릉 운전해가며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우리나라 시골 산골 분위기가 참 많이 변했다. 70대 할머니들도 승용차나 트럭 한대씩은 하다못해 전동차라도 그냥 몰고 댕긴다!
다들 기동력이 빵빵하다!
희한한 산녀만 두 다리로 씩씩하게 천지분간 못하고 걸어댕긴다!
지극히 오지스럽고 은둔의 귀재인지라 이동수단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트럭도 집에 있고 생전 엄니 쓰시던 전동차도 있다.
하지만 그짝엔 눈길도 안 주는 괴상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오늘같이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에 트럭 몰고 편하게 댕겨와도 좋잖아...
그게 안되는 건 지극히 아날로그적 머리통 때문인기라...
안되는 걸 억지로 하면 안된다.
찬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쌩~ 하니 걸어갔다 오면 되는데 뭐...
덕분에 운동 참 잘했고 댕겨와서 따뜻한 내집 다시금 느끼며 쉴 수 있으니 좋잖여~
생긴대로 사는겨!!! 우짤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