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추운 날엔 이거~

산골통신 2022. 12. 1. 09:31

그냥 이것 세 가지만 넣고 바글바글 끓여묵었다.
워낙 어묵을 좋아하기도 하고 표고가 남은게 몇송이 있었고 얼가리배추 마지막으로 거둬놓은게 있어서...
대충 육수 내어서~ 후후 불면서 건져먹으니 뱃속이 따끈해지더라...

아이들이 보고 일본 스끼야끼 같다고~ ㅎㅎ
뭐 어때! 나 먹기 좋으면 되지...
여기에 해물이랑 고기랑 이것저것 폼나게 넣으면 일급 요리 되겠지만 뭐 그딴거 없으니 담백 단순하게 내꼴리는대로!!!

어제는 참 추웠다. 하지만 그분들의 김장일정에 맞춰주려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무 생각 안 하고 먼길 다녀왔었다.
오늘 도착한다고 우체국카톡 알림 뜨더라~ 우리나라 빠른나라 좋은나라 ㅎㅎㅎ

문제는 배추를 절여야 하는데 아침나절엔 마당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안 나온다는거...
오전내내 그려려나 지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오전 11시에 차에 실어 보내야하는데 언제 씻어 건져 물기 빼서 담아주나?!
난감한 일이로다...
하필 이리 추울때 딱 걸렸네!
해마다 이때 하기는 하는데 하필 올해 이리 추우니 말이다.
할 수 없이 안돌아가는 대가리 돌돌 굴리다가 나무꾼 도움 없이 산녀 혼자 하기로 결정했다. 나무꾼은 토요일 저녁에나 온다구!
배추를 금요일 오후에 절여서 토요일 낮에 씻어 건져 담아두면 일요일 오전에 실어보낼 수가 있다!
하루쯤 더 숙성시켜도 뭐 괜찮잖아... 절임배추 택배가 다 그런거 아녀?

생각이 정리됐다. 어차피 일복 넘쳐나는건 산녀 팔자다!
나무꾼한테 선녀옷 맡겨둔거 도로 찾아와야 할래나 ㅎㅎㅎ
아이셋 낳았으니 달라고 하면 줄려나?! ㅎㅎㅎ

할 수 있으면 됐다.

오늘 아침 두루두루 한바퀴 돌고 보일러 잘 돌아가는거 확인했고 마당냥이들 봉덕이 물이랑 밥 챙겨주고
닭집 올라가서 얼음 깨고 뜨신 물 부어주고 모이 주고
똘망이가 안 보이는데 아기냥이들이 막 쫓아댕긴다.
니들 아빠 어데갔냐? 밥 없냐? 니들도 이제 컸으니 사냥해서 묵어!

봉덕이가 밤마다 가출했다 오는 모양이더라! 딱 걸렸어~
어젯밤 저짝 텃밭쪽 문이 열려있고 봉덕이가 안 보여...
으잉?! 이놈봐라~ 문이 헐거워져서 바람에 열렸나벼! 밤이라 소리쳐 봉덕이를 부를 수도 없고...

잠시 후 봉덕이가 룰루랄라~ 방방뛰며 들어오더라! 야 이놈아! 놀랬자나~ 너 그러다 사고치면 클나! 이 마을은 민원 억수로 넣는 인간들이 산다구!!! 묶여살고 싶냐!!!

헐거워진 문을 철사로 동여매고 단속해놨다. 봉덕이가 빤히 쳐다보더라... 에잇 좋았는데! 이젠 몰래 못나가겠네~ 뭐 이런 표정으루...

온 세상이 꽁꽁 얼었다. 하룻새에 달라진 세상을 바라본다.
겨울엔 햇살이 좋고 바람만 없으면 아무리 영하라도 견딜만 하다.

어여 마당 수도가 녹아야할텐데...
그러면 일정 변경없이 그냥저냥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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