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들깨털기

산골통신 2022. 10. 21. 20:22

식전에 창을 열어보니 뜰아랫채 지붕이 말갛다.
서리가 내리면 마치 눈 내린 것 처럼 하얀 지붕인데...
밭에 올라가보니 들깻단들이 밤이슬 맞은채로 차분히 있더라.

음... 오늘은 날이 흐리겠군!
일하긴 참 좋은 날씨야!
들깨 털기 최적의 날~ 해가 올라와도 그리 마르진 않으니까 여유있게 해도 되겠구나!

마당에 있는 건 어제 했으니 이제 남은 아쉬람터 밭에 가자.
혹시 몰라서 자루를 두개 갖고 갔는데 채워지려나 ㅎㅎ

들깻단 가운데 자리를 차고 앉아 털기 시작한다.
작대기로 사정 봐주지 말고 후드려패야한다구~
너른 천막에 널어놓고 도리깨로 후려쳐서 하는 방법이 쉽지마는 전에 한번 해보고 다신 안 한다.
들깨알이 죄 튀어나가더라구~ ㅎㅎㅎ 천막이 더 넓어야혀!

다 털고 난 모습~ 들깻단은 한쪽으로 치워놓고 자아 이제 쟈를 갈무리해보자!
저 속에 얼마나 들었으려나...

체로 한 바가지씩 쳐내려서 검부지기를 골라낸다.
깨 쏟아지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ㅎㅎ

저렇게 세 양푼 나왔다. 이정도면 꽤 잘된 편이여!!!
자루에 담고 천막 거두고 기타등등 도구들을 외발 구루마에 실은 모습이다. 이제 집에 가야지!

야심차게 자루를 두 개나 챙겨왔는데 너무 꿈이 야무지셨어 ㅎㅎㅎ
하긴 저게 40키로 쌀자루니까 20키로짜리 자루를 갖고 왔으면 두 자루 나왔겠다 ㅎㅎ
저울에 달아보니 13키로되더라~ 먼저 털어서 말리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꽤 되겠네~

이걸로 올해 들깨농사는 마무리가 되는 거고 남은 일은 털어낸 들깻단들 처리하고 밭고랑 폐비닐 걷어내는 일이지.

그리고 들깨 씻어건져 말려서 기름집에 가져가야하고~
그러면 드뎌 사람입에 들어갈 수 있다!!!
사람입에 넣기까지 참 길고 긴 나날이었네...

내일 나무꾼이 근 한달여 만에 집에 다니러 오고
도시장정들도 온단다.
고구마랑 토란 캐는데 투입해야겠다.
미뤄둔 일거리들 모조리 투척!!! 신난다~

그러고나면 밭에는 김장용 무 배추와 쪽파 대파 콩만 남는다.
나머진 소소한 월동나물들이고~

그러고나서 하루 일 종쳤다.
들깨 터는 일이 은근 중노동이거든~ 팔하고 어깨가 욱신거리더라...
그래서 점심 먹고 내처 쉬어버렸다.
일손 올때 같이 하면 좋은데 일손들 할 일은 따로 장만해놨으니 이 일은 산녀가 끝내야했거든...

해거름에 마당식구들 밥 골고루 챙겨주고 닭집에 가서 알 꺼내오고~
또 알을 품으려고 둥지에서 안 나오는 암탉 발견...
너그들 이제 그만 까!!!
꽁지들어서 휙 내던져버렸다!
이번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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