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까운 가을햇살이라...

산골통신 2022. 10. 19. 18:58

아침에 일어나면 뭐든 해야한다.
이 짧게 지나갈 가을 햇살이 참 아까워서...
어차피 긴긴 겨울 구들장 질건데 뭐~

시험심아 고구마 한고랑 캐봤다.
알이 들었으려나...
반정도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얌냠 잡수신고로...
남은건 내꺼!!
이번 주말에 도시장정이 와서 캐준단다.
이 동네 고구마 맛없다고 나무꾼이 하도 뭐라해서 내년엔 고구마 안 심을겨!

지난번 만든 수세미 다 말랐다.
씨앗을 다 못 꺼내서 받아서 설거지하면서 씨 빼가며 하라했다.

오늘은 그작저작~ 딱히 할 일도 안 보이고 일도 손에 안 잡혀서 그냥 돌아댕기다가
지난 여름 털어둔 참깨가 생각나 그거 씻어 건지느라 하루 다 보냈네~

들깨도 한푸대 턴게 있어서 그것도 씻어 건져 말리고~
가을햇살 좋으니 금새 마르더라~

주말에 일손들 오면 방앗간에 가져가라 해야겠다.
기름이 얼마나 나오려는지 모르지만 적으면 적은대로 먹고 나눠야지 뭐~

앞집 아지매 들깨 터는거 봤는데 일곱 푸대 나오더라~ 와!!!
70 중반되는 아지매인데 농사일 선수다!!!
그 밭에서 소출이 저정도 나오다뉘... 대단하다~
곡식은 넘의 밭 곡식이 좋다더니... 딱 그짝이다 ㅎㅎ

이것저것 말린다고 늘어놓은 것들 다 거둬들여 담아놨다.
바질 한 봉다리~ 금화규 한 봉다리~ 토란대 한 봉다리~
도라지랑 고추부각이랑 기타등등
차곡차곡 쟁여놨다!
금화규는 나무꾼이 와야 환을 만들러 보내는데 하세월일세~
한번 가더니 통 안 와 ㅎㅎ
해서 장난말로 산녀 독거노인됐다!!! 동네방네 소문냈으 ㅋ

집뒤 키작은 소나무가 막걸리를 참 좋아하는데 마침 냉장고 정리하다가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 다섯병이 있더라고...
산녀가 맥주는 좋아해도 막걸리는 텁텁해서 별로라...
지난 여름 손님들이 다 못 마시고 간 것들이구만...
에라 잘됐다. 우리 소나무한테 다 주자!!!
다섯병을 모조리 소나무 둘레에 뿌려줬네...
이놈이 막걸리를 억수로 좋아혀! 좋아하는게 막 눈에 보여!
막걸리를 주면 비실거리던 잎들에 생기가 돌아~
나무도 쥔장 닮아 술 좋아하는구만~
담에 생기면 또 줄게!

하루를 그냥저냥 참깨 들깨 씻어 건져 말리고나니 뭐 다른 일 하기도 글코...
하루해가 참 짧아서 뭔 일을 길게 못햐!

션한 맥주도 없고... 소주는 취향이 아니고...
담금주도 그닥 안 땡기고...
음료수 한 병에 소주 좀 타서 칵테일 만들어 마셨네.
500cc 맥주잔이 산녀 전용잔인데 하나 만들어 마시니 딱이구만!
하루 피로를 푸는데 이 방법도 괜찮구만...

내일은 식전 아침이슬 마르기 전에 밭에 올라가서 들깻단을 걷어와야한다.
천막 큰거 가지고 가서 밭에 펴놓고 밭고랑에 베어둔 들깻단을 전부 걷어놔야지.
그래야 낮에 햇살 좋을때 작대기 하나 들고 탈탈 털지!
내일은 그거나 해야겠다.

무서리가 매일 내리니 호박잎과 고구마잎이 쭈구리됐다.
이제 상강 된서리가 내리면 줄기까지 모조리 주저앉을거다.

서서히 월동 채비 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해야겠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깨털기  (22) 2022.10.21
하루에 일 다 못햐~  (10) 2022.10.20
잡다구리 일 찾아하기  (20) 2022.10.12
단풍콩잎이래...  (11) 2022.10.11
수세미를 만들자~  (18) 202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