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여 평 밭에 멧돼지 고라니 등쌀로 울타리를 사방 쳤었다.
그럼에도 두더지와 오소리 너구리들의 사냥엔 속수무책~
어제그제 나무꾼이랑 도시장정이 와서 고구마랑 토란을 캐는데 이건 뭐 캐는 재미가 없네~
울타리랑 덤불 걷어내고 하느라 남정네들 고생 억수로 했고~
캐는 건 호미로는 감당이 안되어 삽질로 하고...
하여간 최대 난코스 일거리를 해치워줬다.
산식구들이 얼마나 야무지게 잡수셨던지 군데군데 파낸 흔적 땅굴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더라.
까이꺼 우리 먹을 고구마는 나왔으니 두루두루 산식구들하고 오붓하게 나눠먹었다 생각해야지 뭐!
다만 내년부터 이 밭에 고구마는 안 심을거니까 니들 횡재는 올해로 끝이다!!!
한번 털리지 두번 털리냐?!
고구마 색깔은 참 이쁘고 동글동글 먹음직스럽게 생겼다마는... 과연 그 속도 맛이 이쁠란지~ 그건 장담 못하겠네!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묵혔다가 한번 쩌먹어봐야지.
고구마는 캔 즉시 먹으면 참 맛이 없거든...
군데군데 저리 굴이 파여져 있고 고구마는 없더라.
참 야무지게 꺼내 먹었으!
그래도 파는 수고를 덜어줬으니 고마워해야하려나~
다른 곳은 흔적없이 파먹어서 엄한 삽질 해야했는데 말이지.
토란을 한 고랑만 캐봤다. 두 바구니 나오더라.
이만하면 씨앗이랑 먹을건 되는데 나머지도 캘까 말까 고민이다. 토란탕 먹는 사람이 딱 한사람밖에 없는데 그마저 어데가고 없으니 굳이...
토란대 때문에 해마다 심기는 하는데 토란은 그닥 인기가 없어 항시 처분이 거시기하다.
그늘에서 말려뒀다가 저장해놔야지.
나머지고랑 캘지 말지는 내일 결정하기로 하고~ ㅎ
고구마 고랑이 열여덟이었나?! 긴 고랑 여덟 작은 고랑 열
내년엔 집 근처 텃밭에 두어 고랑만 심고 치워야겠어!
이제 저 큰 밭은 묵힐거다.
일손 없는 농사는 건강 해치는 주범이거든!
산골이웃들처럼 서너집이 품앗이로 뭉쳐서 하지 않는 이상엔 큰밭들은 위험한 존재다.
품앗이가 좋기는 한데 매일같이 남의집 일을 하느라고 내집일을 잘 못해서 산녀는 그 품앗이에 끼지 않는다.
그집들은 농사 규모가 크고 안하는 농사가 없어서 품앗이 일손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커봤자 천평 미만 고만고만한 밭들이라 되려 손해다.
올봄에 한번 참깨 고추밭 장만하는 품앗이에 좋은맘에 한번 거들어주겠다고 나갔다가 하루죙일 세집 밭 비닐씌우는 괭이질만 했었네...
뭐 고맙다고 우리집 고추밭도 해주긴 했는데 그건 나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였거든! ㅎㅎ
뭐 어쨌든 어제그제 일은 참 잘했다.
울타리 제거했고 고구마 캤고 폐비닐 걷고 어쩌고는 반은 하고 반은 차차 하기로 하고...
다들 몸살 안 났으려나 몰러...
나무꾼은 이제 가면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이것저것 일을 찾아 해주고 갔다.
저번에 자르고 그냥 냅둔 뽕나무가지들도 싹 치워주고
주방이며 거실이며 등등 맛이 간 전구도 싹 갈아주고
산녀가 깨묵은 욕실 거울도 새거 사다가 걸어주고~
뒷골밭 산밭 등등 크고작은 밭들 풀들을 싹 쳐버리고~
도처에 나무꾼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 산녀 차례가 잘 안 오는데 그것이 미안했던가보더라...
나라에 바쳤다고 생각하고 산지 오래라... 산녀는 정작 암시랑토 않구마는~
오늘은
어제 다 못캔 고구마 세고랑이랑 토란 한고랑만 캐고
그냥 들어왔다.
힘 알아서 해야지 일거리 눈에 뵌다고 막 덤비면 안되는거야!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만약 못하면 마는 거지 뭐...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월동채비 이것저것 해야한다.
머리 속엔 일거리가 다 들어앉아있다.
하루하루 몇가지씩 해치워야지!
다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썰렁하지만 이젠 적응이 되어 암시랑토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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