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살면 힘이 아주 세야 한다.
힘이 없으면 잔머리를 많이 굴려야 한다.
머리가 안 좋으면 몸이 억수로 고생을 해야 한다.
오늘 식전에 고구마 다섯박스 크기별로 골라내어 담아 빈방에 넣어두고 이거 영차 영차 힘써야 하는 일~
토란 나머지 두고랑 마저 캐서 한구루마 그득 담아갖고 내려와서 일일이 알 떼어내어 잠방에 널어 그늘에 말리고 있다.
뭐 이것도 삽질에 영차 영차 힘써서 들고 담고 끌고~ 힘쓰는 일~
이장 방송에 오늘 공동구매한 소금이 각집집마다 배달된단다.
우린 10푸대 주문했는데 갖다준다니 고맙지 뭐~
소금값이 엄청 비싸다. 20키로 25,000원 몇년전에 9천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저 아랫녘 신안 염전에서 직접 오는거라 농협차원에서 대리구매해준다.
해마다 김장철 장담는 철 앞두고 공동구매를 한다.
하도 비싼 감이 들어서 시중가를 알아봤더니 3만에서 4만원을 오르내리네... 하이구야~
이거 소금도 맘놓고 못 먹겠구나...
간수도 뺄겸 해마다 조금씩 사다 창고에 쟁여두고 썼더랬는데 작년에 안 샀더니 올해 좀 딸리더라구... 해서 올해는 큰맘먹고 10푸대 샀다.
배달해준 울동네 반장 왈~
"우리는 해마다 쌓아두고 써요. 그래야 걱정없지!"
맞다. 하다못해 소금 걱정은 없이 살아야지!
설탕은 없이 살아도 소금은 떨어지면 안된다...
해서 마당에 부려놓고간 소금 20키로짜리 열푸대도 영차영차 날랐다는거여.
가만 내 손을 들여다본다.
참 미안타... 니 없으면 이런 일 다 해낼 수 있겠나~
오늘 하루도 참 많은 일을 했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손 없으면 뭔 일을 할 수 있겠노...
쥔 잘못 만나 고생이 심하다. 그래 우짜겠노~ 당해놓은 일...
손마디에 굳은 살이 박히고 날이 추워지니 거칠거칠해진다.
손가락이 울퉁불퉁 굵어지는건 기분 탓인가~
이제 좀만 더 버티자~
다음주에 나락 푸대 들어올거고 그때 또 힘써야 할 일이 생기지마는 이제 끝물이다!
막바지 힘 좀 내보자~
내년엔 농사일을 팍 줄일 계획인데 느닷없이 도시 친구들 전화 한통!
자기네들이 아쉬람터밭을 주말농장으로 쓰겠단다!
가만 들어보고 대뜸 그랬다~
"내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예전같지 않고해서 일 안 할겨~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다 알아서 하쇼!"
그랬더니 매우 좋단다!!! 의욕충만한 생초짜들의 드높은 목소리를 들으며 암소리 안 했다!
800여 평 드넓은 밭을 어찌 하나 두고봐야지 ㅋㅋㅋ
농막 하나 있으니 오가며 지내는데 부담없고 밭이 바로 붙어있으니 주위 신경 안쓰고 일 할 수 있으니 조건은 참 좋네.
지금은 의욕이 넘쳐서 저러는데 그걸 초장부터 꺽을 필요는 없다.
일년 해보면 지들도 나가떨어질지 더 힘을 낼지 그건 해봐야 아는 일!
하여간 오늘은 힘쓰는 일만 죽자고 해서 맛난 것 좀 해묵어야겠다!
울 산골 동네 사과 과수원 하는 이가 세 집 있는데 그중 한 집이 해마다 추석 무렵이나 부사 딸 무렵에 마을에 사과 한궤짝씩 돌린다.
상품은 아니고 흠집이 난 사과들이지.
좋은 걸 못 드린다고 미안해하지마는 저리 큰 사과를 흠집 있으면 좀 어뗘!!! 감지덕지지~
새들이나 벌레들도 맛난거 골라 먹는다구!
저장고에 넣어두고 야금야금 꺼내먹는 재미가 참 좋다.
오늘 꺼내온 사과는 흠집이 좀 많이 난 애들이다. 구석에 있어서 앞에 있는 놈들 먼저 먹는다고 늦게 발견했다.
그래도 굵기가 장난 아니어서 하나 깍아먹으면 배가 막 불러...
아침으로 하나씩 먹는데 참 고맙더라구...
이집 사과는 따는 즉시 품절이라 주문을 못한다. 미리 예약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올해 사과는 진작에 마감되었다고 하더라구...
그걸 흠집이 있어도 원없이 맘 놓고 먹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겨~
잘 깍아 먹고 껍질은 닭들한테 주고 버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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