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듯 안 오는듯 딱 일하기 귀찮을 정도로 오더라.
오늘 마저 들깨를 벨까 말까 둘러보는데 아직 푸르딩딩햐...
그래 망설이다 말았는데
그새 산골 이웃들은 싸그리 베었더라고~
세상에 참 빠르고 부지런하고 참 어지간들하셔...
그집 들깨들은 노래서 벨만했지만 우린 아직 시퍼런데... 내일 들에 나가서 좀 물어봐야겠다. 그래도 베어야 하는지!
얼치기가 어데 할 수 있나~ 모르면 무조건 물어야 하는겨!!!
지금 이 글 치는 동안 동산에 달 떠오는 정경이다.
구름 사이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정도라 그리 환하지는 않는데 저 산 너머에서부터 빛을 비추며 넘어오는 모습은 은근 봐줄만 하다!
마당에 서서 서산에 해떨어지고 동산에 달떠오는 정경을 볼 수 있다니 이건 참 복받은겨!
아침나절 화분에 심겨진 붓꽃들이랑 국화 등등을 담장가 꽃밭에 심었다. 거긴 주로 주목 매실 감 산수유 나무들이 살고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항시 풀만 나서 언제고 저길 뭐라도 심어야겠다고 작심했었는데
마침 오늘 잘됐다.
그리고 그 자리가 오래전 음... 십년도 더 되었고 20년은 안된... 가물가물한 지난날에 칸나를 한무더기 심었었지!
그래 땅심도 좋고 거름도 좋았던지 무지막지하게 자라서 키가 담을 넘어 하늘로 치솟았던 적이 있었어!
원래 그자리에 왕겨더미가 있었던지라 노지월동이 안되는 칸나가 자랄 수 있었나벼! 몇년간을 잘 살았지.
그러다 그 왕겨의 효과가 사라지고 어느해 아주 추웠던해 얼어죽고 말았어. 우리가 방심했던겨...
그리곤 안타까운 맘을 묻고 잊어버렸는데...
오늘 그 자리에 이런저런 꽃들을 옮겨심다가 발견~
칸나 두 포기!!!
이짝에 하나 저짝에 하나... 아주 어린~
이게 뭔 일일까?! 십여년 동안 없던 애가 왜 여기 돋아나?!
다 얼어죽었던 거 아니었어?!
지난 사진이나 글을 찾아봐야겠다. 그게 몇년도 일이었는지..
아마 십년은 훨 넘은게 맞는데!!!
그 세월동안 쟈가 땅속에서 살아있었던거라고?!?!
죽은뒤로 한번도 못 봤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내일 찍어서 보충해야지~
너무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얘를 올 겨울에 우찌해야하나~ 추위를 이기고 올라온 애니까 내버려둬도 될라나~
아니면 캐옮겨야 하나~ 아니면 왕겨라도 두툼히 덮어줘야할래나... 마음이 조급해진다!
<<< 무쟈게 궁금하야~
그간 썼던 글과 사진을 다 뒤집어 찾아봤다!
저 칸나가 언제 죽었는지!!!
역시 산녀의 기억력은 엉망이다. 쟈가 죽은건 2017년 겨울이었네...
2018년 봄 5월에 싹이 안 올라오고 죽었다는 글이 있네!
그렇다고 해도... 몇년 전 일이여?!
5년이 지나 다시 싹이 튼다고?! 월동이 안되어서 얼어죽은 칸나구근이?!
모를 일이다...
하여간 저 어린 두 포기를 어찌하던 살려봐야겠다! 일단 왕겨를 두툼히 덮어주고~ 꼬마비닐온상이라도 해줄까?!
아니면 저리 살아 싹을 틔웠으니 그냥 내버려둘까...>>>
오늘 날이 괜시리 을씨년스럽고 빗방울도 간혹 뿌리고 해서 오후엔 그냥 쉬었다.
이런 날도 있는게지!
항시 일을 못하게 되면 맘이 조급해지고 안달이 나고 꼭 일을 해야만 잘하는 것 같은...
그런 증상!!! 을 잘 다스려야겠어...
지금 뜰아랫채 마당에선 나름 진돗개 봉덕이가 마당냥이들 순시에 나섰는가보다. 아주 이리저리 분주하니 냥이들을 몰아댄다.
똘망이는 집 근처로 호시탐탐 가까이 들락거리는데 마당까지는 못온다. 아마도 봉덕이 때문인듯~
마당냥이들이 봉덕이말은 잘 듣는다. 아마도 지들 엄마인 삼숙이가 지들 뱃속에 있을때부터 친하게 지냈던지라 우리네 인간이 모르는 그렇고그런 교감이 있는듯하다.
마치 이모인양... 봉덕이가 몰아대면 몰려주고 장난치면 같이 놀고 밥도 나눠먹고 노랭이조차 아무 반항을 안 하고 어울려산다.
아침마다 창을 열면 가을이 보인다!
점점더 깊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