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일하는 방식~

산골통신 2022. 10. 4. 16:09

산녀 일하는 방식은 두서가 없다.

오늘 아침까지 비가 막 퍼붓대... 그래서 오늘은 일 못하고 그냥 집에서 구들장져야겠구나~ 그러면서 읽을 책 두 권을 꺼내놨다.
지중해세계사와 우유의역사
은근 잼나더라구...
전에는 책 읽는 습관이 후다닥 읽고 다시 정독하는 편인데 이젠 한번에 많이 못 읽겠더라고... 그냥 짬짬이 눈에 띄는 곳에 책을 두고 조금씩 읽는 형편이여.
그리고 잠들기 전에 자장가삼아 수면제삼아 좀 읽고...

그러던 중 오전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말갛게 되어가더만~
그래서 쭐레쭐레 여기저기 쏘댕기다가 눈에 띄는 일 몇가지 하고 왔다.

닭집에 들러 모이 챙겨주고 알 낳은거 꺼내오고
단감나무 손 닿는 가지 단감 몇개 후식으로 먹을겸 따고~
두루두루 텃밭에 나물들 잘 자라는지 살펴도 보고~
이번 비는 가을 채소들한테는 단비고 논에 수확을 앞둔 벼들에겐 낭패다.
그래도 이정도로 그쳤으니 괜찮다.

들에는 들깨를 벌써 베어눕혀놨더라.
이 산골마을에서 일 가장 빨리 하는 집이 두 집 있는데 제일 빨리 하는 오라비네가 들깨를 베었더라구...
뒤이어 두번째 빠른 어르신네가 오늘 보니 베기 시작했더라구...
그럼 우리도 슬슬 낫을 갈아놨다가 해야겠구나.
산녀네는 옆밭 하걸랑 하려고 했지~ 비슷한 날에 심었거든...

아쉬람터 연못에 구경갔다가 잉어 먹이 좀 뿌려주고~
콩이랑 고구마랑 들깨랑 두루두루 둘러보고 왔다.

그러다가 코니카가문비 나무가 세그루 있었는데 풀에 치여서 다른 꽃들에 치여서 존재가 없더라고...
그래서 도로 파와서 화분에 심어놨다.
아직 아기라서 본자리에 심기는 좀 거시기하다. 니는 더 크걸랑 나가자!

그중 한 그루가 상당에 있어서 그놈 캐려고 삽이랑 들고 올라갔지...
풀속에서 한참 찾았네~ 분명 이쯤이었는데 말목 박은게 어디 가고 없어~
겨우 찾아서 구춛해갖고 왔다.


그러다 농막 앞뒤 꽃 심은 곳을 보다가 한숨 푹푹 쉬다가~
그예 주저앉아 풀을 걷어냈다. 이젠 풀을 뽑은게 아니고 호미도 필요없다! 낫이 있어야 하는데 하필 낫이 근처에 없네그랴~
그래 장갑낀 손으로 막 줘뽑았어! 바랭이가 전부라서 그리고 바랭이는 잘 뽑히거든~ 비가 온 뒤라 아주 잘 뽑히더라구~
너 오늘 잘만났다! 이판사판 한판 붙자!!!

농막 뒤 국화 줄줄이 심은 곳에 풀이 무성무성~
그 뒤 상사화 있는 곳에는 손도 못대고 그냥 국화 주변만 어찌어찌 풀을 걷어내줬다.


그리고 농막앞 사철나무 있는 곳하고 맥문동 심은 곳 등등을 그냥 맨손으로 덤볐네!
다행히 땅이 물러서 잘 걷혀서 일은 수월했다.
바랭이 강아지풀 닭의장풀이 뒤덮고 있어서 그곳에 맥문동이 자라고 있다는 걸 뉘 알랴... 오직 심은 사람만이 아는게지!
그래도 다 해치웠다~ 내손이 연장이다!

꽃무릇 몇포기를 옮겨심었는데 저 모양이 뭐꼬? 풀밭이여...
풀을 싹 걷어내고나니 드러나는 꽃무릇잎들~
돌단풍하고 할미꽃하고 살고 있다~


만약 지금 당장 눈앞에 신이 있어 소원 하나 들어준다하면~
저노무 바랭이 좀 없애주소!!! 하고 싶다...

원래는 이 일을 하려고 간 건 아니고 코니카가문비나무를 찾으러간거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네~
항상 일이 일을 데리고 오니까~ 그냥 줄이어서 하는수밖에!
그러다 농막 뒤켠에 언제적에 쓰다남은 장판 한뭉치가 있길래 이거 잘됐다! 싶어 이놈을 끌고 집에까지 왔다.
어찌 끌고왔냐고?! 너무 무거워서 발로 차서 데굴데굴 굴렸지 뭐!
산밭에서 마을 안 집까지는 완전 내리막이라~
막 발로 굴려서 데리고 왔어 ㅎㅎㅎ

같이 간 봉덕이는 장판뭉치가 굴러갈때마다 깜짝깜짝 놀래서 펄쩍펄쩍 뛰고~
그런 구경도 없었네 ㅎㅎ

아랫채 장판이 종이장판이라 많이 헤져서 갈아야했거든~
그걸 사료푸대 속지로 풀발라서 바르면 되는데 그리고 콩댐하고...
그걸 하기 싫어서리 ㅎㅎㅎ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산녀가 미루는 건 참 잘한다!
오늘 묵은 장판 보고 얼씨구나 좋다 하고 산에서 집까지 굴려왔다는...

아랫채 방에 깔아보니 딱이여!
장롱이랑 이런저런 서랍장 반닫이들 옮겨서 구석까지 잘 깔아야하는데 그건 일손들 오걸랑 마저 마무리하기로 하고 대충 깔아놨다!
예전같으면 산녀 혼자 장롱 옮기고 어쩌고 했을텐데 이젠 아이구야... 안할란다...

뭐 하여간 오늘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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