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조금씩 조금씩 뭔가를 거둬들이는...

산골통신 2022. 10. 1. 19:02

그래도 거둘 것이 있구나...
해마다 농사일을 줄이고 줄여서 가을할 것이 뭐 있겠나~
싶었지.

노각오이를 거둬야겠는데 문제는 이걸 따서 다 뭘 하느냐고...
정작 우리가 필요한 건 얼마 안되는데... 많이도 심어놨네~
코로나 여파로 도시장정 처자들의 오고감이 드물어지고 끊어지고 또 나무꾼의 장기출타로 간간이 오던 손님들도 못 오고...
다들 잔뜩 벼르고만 있더라마는~

큰 항아리 하나를 씻어 물을 담아놨다. 작년에 동치미 담아뒀던 항아리인데 물로 울궈내려고...
거기에 노각오이지를 담그려고~
껍질째 오이 반 갈라 속만 파서 소금하고 매실청하고 같이 담아두면 된다네~
소금 식초 물 소주 어쩌고 비율 따져서 넣으라는데 소금하고 매실청이면 안되겠나 싶더라고.

달랑 두고랑 심었는데 엄청 많이 열렸다!
그간 반찬으로도 많이 따묵었는데도~
금동할매네랑 복실이네도 대여섯개 따줬건만~
오늘도 따면서 나눠주려고 고개들어보니 기척이 없어...

"이거 오이지 많으니 지를 담그긴 하는데 다 우짜지?"
그랬더니 나무꾼 왈~
"나누면 되지! "

나무꾼은 늘 그러하다 ㅎㅎ

요즘 국화 보는 재미가 참 좋다!

아이들이 보고서 국화가 이렇게 이뻤느냐고!!!

긁쟁이라는 이름의 괭이를 들고 오늘은 밭 두 군데 헛고랑 풀 잡았다. 이름처럼 마구마구 긁어버리면 되니까 참 수월해...
대신 땅이 질면 좀 버겁고~ 요즘같이 마른 땅이면 아주 쉽다!
얘가 자루 길이가 1미터 50인데 기존의 괭이나 다른 농기구들 자루 길이는 보통 1미터20에서 30이다.
살짝 허리를 굽혀서 괭이질을 해야하는 그런 정도!

하지만 이 긁쟁이는 1미터 50이라 거기에 괭이날까지 합치면 거의 65정도~ 아주 길다!
첨에는 적응이 안되어 뭐가 이리 길어~ 이카면서 대충 쓰고 말았는데
밭일을 서서하는 걸로 다 바꾸려고 하는 시점에 이 긁쟁이의 길이는 딱이다!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니까
아주 좋아~
그리고 밭고랑 여기저기 옮겨다닐 필요도 없고 멀찍이 서서 먼데 고랑도 막 긁어버려 ㅎㅎ

한 이십년 썼나~ 그만 자루가 부러지고 낡아서 오늘 자루만 새로 주문했다.
일은 연장이 하는겨!!! 일 못하는 사람 연장탓 한다고 하는건 연장이 귀했을 시절 야그여!!!

해거름에 마당에 나와앉아 서산에 해 떨어지고 동산에 달 떠오는 걸 볼 수 있다.
요며칠은 노을이 안 지더라...
그리고 달도 그믐달에서 서서히 반달로 바뀌어가는 지점이라 해가 지고 달이 드러나면 어느새 하늘 한가운데 거의 서쪽하늘 즈음에 떠있어.
계절별로 달라지는 해지고 달뜨는 광경들을 마당에 서서 그냥 볼 수 있으니 좋다.
이제 별들이 드문드문 드러나겠지...
예년보다 못하지만 도시보다는 많어 ㅎㅎㅎ
눈이 시리도록 올려다볼 겨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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