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느날...

산골통신 2022. 9. 27. 15:10

따갑기도 따스하기도 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앉아 음악과 책과 폰을 번갈아 들으며 보며 읽으며...

무쟈게 어색하고 낮설다!
산녀의 삶은 항시 분주했고 바빴고 정신없이 동동거렸었는데
이리 한가하게 보낼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이게 아니지 싶어 마당에 나서 한바퀴 돌아보다가 괜시리 일감같지 않은 일거리 들고 돌아다녀보다가...
다시 들어와 앉는다.

이런 날이 왔음을 이제 인정해야하나...

그렇다고 근심걱정거리가 없어진 건 아니다.
나무꾼의 건강은 항시 바람 앞의 등불이고...
아이들셋은 세상에 나가 살아내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이제 산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이상 없고 다 산녀 손을 떠났다.

이제는 말끔히 깍여진 마당 잔디밭?! 아니 풀반 잔디반인 마당을 내다보며 이리 한가하게 앉아있어도 되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요며칠간 읽어낸 책들이 열권도 넘는다.
겨울 군불땐 구들방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일손 딱 놓고 놀고 있는건 아녀 ㅎㅎ
세탁기엔 여름이불들이 돌아가고 있고 대기하고 있는 이불들이 세탁기 옆에 쌓여져 있지. 아침일찍 빨아 널은 이불들도 있고~
하도 하늘이 맑고 푸르러 너무 아까워 이불빨래를 시작했지 뭐~

살아온 삶이 너무 분주하고 험했던지라 지금 닥친 이런 안정된 분위기가 너무 낯설어 글치 뭐...
이젠 받아들이고 누려야 되는 건가...
그냥 안 맞는 옷 입은 느낌이여!

꽃무릇이 지고 새잎이 돋아난다. 어김없이 꽃이 져야만 올라온다... 그래서 상사화라고~

소국이 꽃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색색이 섞인 아이라 피어나면 참 이쁘고 귀엽다.
내년엔 삽목을 엄청 많이 해야겠어!!!

닭집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다섯마리 병아리가 모조리 죽었다. 왜 죽었는지 모른다.
며칠전 한마리 죽더니 다음날엔 세마리가 죽더니 달랑 한마리 남은 놈을 몰고 품고 댕기더니 오늘보니 마저 죽었더라~
항생제 주사를 놓았어야 했나...

알둥우리에 알 꺼내다 보니 암탉 한 마리가 알을 품으려고 들앉아있어...
그래 얘를 품게 해 말어~ 또 고민을 조금 하다가 알 11개를 넣어줬다. 옛다!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장닭 두 마리가 서열 정리가 되었는지 전방 후방 각각 책임지며 암탉들을 몰고 댕긴다.
뒤를 이어 장닭이 되려는 중닭들은 기도 못 피고 살고~
내년 봄에 닭싸움 서열전쟁이 볼만 하겠군!!!

이젠 닭키우기도 구찮고 다 잡아묵고 치울까...
그런 고민을 매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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