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추석맞이 마을 대청소하는 날~

산골통신 2022. 9. 8. 13:29

며칠전부터 이장방송 스피커가 막막 시끄럽다.
우리 리가 골짝마다 하나씩 들앉은 마을이 네개인데 어느 마을은 언제 했고 어느 마을은 언제 할거다 어쩌고 저쩌고 단체 사진을 찍어서 면에 제출해야하니 많이들 나와서 동참해라 뭐 그런...
새마을운동도 아니고 참내...

오늘 어김없이 아침 6시반에 이장방송~ 우리 마을 차례란다...
산녀가 몇년전 뭔 일이 있어 삐딱선을 탄 뒤로 산골 마을회관에 잘 안 나가는데 공과 사는 구분하는지라 공적인 일에는 나간다.
주로 일해야 하는 건 잘 나가고~ 그냥 모여 먹고노는 일에는 안 나가는~ ㅎㅎㅎ

청소라 하니~
지난달인가 마을 길 청소 하지 않았나?! 뭔 청소를 또 해~
낫을 들고가야하나 빗자루를 들고가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울집 축대 길가 풀도 좀 쳐야하니 낫을 들고 나갔다.

근데 웬걸~ 다들 청소할 옷차림이 아녀.. 빗자루들고 설렁설렁~ 회관 앞 쓸고 제초제 두루 뿌리고 끝?!
그리고 플랭카드 앞세우고 단체사진 찍고 이장님은 가시고~
끝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허허 웃어버렸네...

하릴없이 낫을 든 손이 어색해 털털거리고 겨올라와 울집 축대길 풀만 열심히 쳤네!
하는 김에 집둘레 빙돌아가며 풀을 치고 걷어내고~
또 내친 김에 마당 둘레 풀 치고 걷어내고~ 한참 했네!

하다보니 눈에 띄는 일들~
산국이 어느해부터인가 마당에 쳐들어와 한무더기 두 무더기 자라고 있는데 해마다 좍좍~ 드러누워...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넓데데하게 마당 한켠을 다 차지하네...
그건 안되지 야들아~
오늘은 작심하고 니들 눈에 잘 띄었다!
마침 녹색노끈도 사놨거든~
말목 가위 끈 망치 들고 작업의자 타고 앉았다!
니들 딱 기다려!

말목을 빙 둘러 박고 끈으로 내배째라 하고 사방팔방 드러누운 산국 대궁을 일으켜 세워 이중 삼중으로 둘러쳐 묵었다!
하이고 이제사 좀 션하네~ 그 옆에 새끼 친 놈들도 묵어세우고
국화 삽목둥이들 심어둔 것들도 죄 자빠져 사네?! 쟈들은 왜 저리 자빠지는겨?! 성질머리가 원래 그런겨?
갸들도 일일이 잡아 묶어 세워주니 한결 주변이 깔끔하네~

하다보니 마당 여기저기 이번 태풍에 쓰러진 코스모스 등등 보이길래 갸들도 묶어주고 벌개미취도 휘딱 자빠져 자라길래 묶어주고 등등~ 그러고보니 안 자빠지고 자라는 애들이 없구만!
옥잠화하고 타래붓꽃하고 무늬둥글레만 제대로 서서 자라고 다들 드러누웠어... 다들 왜그랴?!

아 그리고 그니까
어제 심야전기보일러가 고장났다.
뭔 이유인지는 모르나 하여간 물 온도가 38도다. 이건 문제있는거지!
수리업체 연락해서 한나절 고쳤다.
일단 난방수통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전원 자동장치가 고장났고 센서 망가지고 급수통 낡아서 새고 등등 총체적 난국이구만~
산골 들어와서 군불때고 연탄불 때고 기름도 좀 때고 살다가~
좀 편히 살라고 부모님이 해주신 건데... 그게 벌써 수십여 년 지나 이젠 노후되어 폐물인겨...
그당시 심야보일러 설치한 집집이 다들 같은 문제로 골치란다. 또 고장이 나면 싹 철거를 하고 새로 설치해야한다네...
뭐 하여간 고쳐놓고 갔고 한전에서도 와서 뚝딱 갈아주고 갔다. 올 겨울 무사무탈하길 바래야지!!!

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추석 준비는 아직 아무것도 안했다.
내일 장봐서 음식해서 모레 차례 지내고 그러면 땡...
올 추석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때문에 고령의 어르신들이 움직이지 않으시니... 그리고 이젠 우리도 그중 어른이 되었으니... 조용조용 보낼 따름이다...
이젠 그렇게 문화가 자리잡혀간다.
아이들하고 단촐하게 보낼 수 있으니 좋은건가...
성묘랑 벌초는 진작 다 해놨으니까.

그래...
오늘 추석맞이 대청소 아닌 대청소했으니까~
한결 개운한 맘으로다~ 추석을 잘 보내보자고!!!

유교쪽 어르신들은 제삿상에서 전을 빼라고~ ㅎㅎㅎ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외면하는 건지~
시대착오적 발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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