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 집안팍 돌고 같이 살고 있는 동식물들 한바퀴 돌아보고 물주고 들어와 밥 좀 해묵고보자~ 했더니...
싱크대 개수대 물이 역류... 부엌 바닥이 홍수가 나버렸네...
진작 그 상황을 알고는 있었는데 뚫어펑이나 뭐 이딴걸로 해결하려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나물 씻는 일이나 물 많이 쓰는 일은 피해가면서...
안되것어~ 하수 배관 어딘가가 막힌겨! 그거 뭘로든 뚫어야 혀!
그거 이름이 뭐드라... 긴 줄... 배배꼬인 10미터 짜리 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갖고와서 씽크대 배수 구멍에 쑤셔넣고 넣고 또 밀어넣어 가던 중~ 탁 막힌다!
음 이 지점이군!!! 계속 쑤셔봤지만 해결이 안 나~
이거 설비업자 불러야 하나...
이 산골짝에 부르면 부르는게 돈인데~ 수십만원은 그냥 나가더라구!
안되것어~ 마당으로 나가서 대문밖 못 미처 설치되어있는 오수관 뚜껑을 낑낑거리고 열어제껴~
속에 줄을 밀어넣었다. 첨엔 쑥쑥 들어가던 줄이 딱 어느 지점부터 막히더라...
음... 찾았다!
그때부터 시작한 무념무상 명상 수행!!!
삽작거리에 퍼질러앉아 쑤시고 쑤시고 또 쑤시다~
니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한참을 손에 물집 잡힐 지경까지 쑤시던 중... 허연게 뭔가가 둥둥 떠내려온다...
막혀있던 물이랑 하수관을 막고 있던 굳은 기름 덩어리인듯~
허연 덩어리 조각들이 자꾸자꾸 나오더라~
물을 계속 틀어놓고 덩어리가 안 나올 때까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무념무상!!!
끝내 더는 찌꺼기가 안 나오는 지경까지~ 덩어리만 두어 바가지 될듯~
만세! 의지의 한국인! 돈 벌었네~ 설비업자 불렀으면 한 30만원은 달라고 했을겨!
저 하수 배관공사를 한 이십여 년 전에 어떤 초보 설비업자가 했는데 그때는 산녀도 그 방면을 잘 몰랐고 소개한 사람만 믿고 맡긴지라 잘 했겠거니 했지 뭐...
아마도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하는 물 특성을 배려 안 하고 그냥 대충 관을 배치해서 물이 중간에서 고이고 잘 안 내려갔지 싶어...
거기에 찌꺼기니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서 물길을 막았던듯...
그걸 모르고 방치한 우리도 잘못했고... 무지도 죄여~
5년에 한번씩은 하수관 청소를 해줘야한다네~
근데 우린 20년 동안 방치 ㅋㅋㅋ 진짜 잘못했네!
몇년 전엔 화장실 정화조 공사 그것조차 수평을 안 맞추고 해줘서 겨울에 막혀 얼어터지는 사고가 있었지... 공사업자가 조사를 나와보고 어이없어 웃고는 두말 안 하고 공사 다시 해줬지. 하여간 별일 다 있었어!
오늘은 식전부터 무념무상 막힌 하수구 뚫는 고행 수행을 하느라 아침밥 굶었다! 장장 세시간을 쑤셨으니!!!
그러고보니 오늘 두끼밖에 못 묵었네그려~
이제 물이 자알 내려간다~ 속이 다 션하네! 이젠 하다하다 하수구 뚫는 전문가 다 됐으!
연꽃 한 송이~
연화분 열한 개 중 세개를 마당에 심었다. 백련 하나 홍련 둘~
근데 홍련 딱 한 송이 피었네! 백련은 소식없다!
토마토가 막바지다. 한 바구니 따서 뚝뚝 잘라서 솥에 삶았다.
1차 삶아서 득득 갈아서 끓여내면 아주 훌륭한 소스가 된다.
소분 냉동시켜 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는다.
스파게티 소스로는 그저그만이고 그냥 소금간 해서 주스나 스프처럼 먹어도 되고
달걀볶음에 넣어 토달볶을 해먹어도 되고
고기랑 감자 당근 양파 등등을 썰어넣고 푹푹 끓이면 토마토스튜가 된다.
걸죽하게 끓여내면 덮밥으로 좋고~
냉동피자 사다놓고 덕지덕지 쳐발쳐발해서 구워먹으면 또 좋고~
아주 용도가 참 좋더라구~
그리고 토마토를 썰어서 말려두거나 반건조된걸 냉동시켜두면
피자 토핑이나 이런저런 요리에 장식용으로 써도 좋더만~
내야 뭐 토마토 안 먹지마는 나무꾼하고 작은아이가 좋아하니 해놓기 바쁘더라~
오늘도 한솥 끓여놨다! 식걸랑 냉동시켜놔야지~
이거 헤프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