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건망증인가...

산골통신 2022. 8. 5. 12:21

여전히 비닐하우스 고랑에 홍수를 내고
닭집 모이는 까묵고
김장배추 모종판에 물도 안 줬다.

그럼 뭘 했느냐고?!
식전에 상당 고추 비닐하우스에 올라가서 물주고~ 요샌 일주일에 한번씩 준다. 이젠 열흘에 한번 줘도 될듯한데 기왕 올라간거...

물을 주다보니 고추 가지들이 축축 늘어져서 꺽이고 난리라 네번째 줄을 매줬다. 가지들이 연해서 뚝뚝 불개진다.

고추 키가 나보다 훨 크다. 비닐하우스 안이고 물을 맘대로 줄 수 있어서 그런가 쑥쑥 자랐다.
첫물 고추를 따고 벌레먹어 떨어진 고추들이 헛고랑에 벌건데~ 두물째 딸 고추들이 좀 적겠구나 뭐 그리 생각하고 맘 비웠거든~
고추는 같은 밭에 연작을 하면 피해가 좀 있다고 해서리...
내년엔 이 밭을 휴경시킬거다. 그럼 훨 낫더라구.
오늘 고추가지들을 들어올려 끈으로 매주면서 보니 제법 딸 고추들이 있네~ 허참! 죽으란 법은 없나벼!
벌레들이 배터지게 먹고 가버렸나?!

봉덕이는 상당 올라가는 길에 복실이를 만나 한바탕 쌈박질 하고~
억지로 뜯어말렸다. 복실이네 아저씨는 참 맘에 안들어... 희한한 사람이야! 일부러 개쌈을 붙이려고 혀!!!
봉덕이한테 이 시키 저 시키~ 소리를 지르며 막 야단을 쳤다.
그 아저씨 멍청하지 않으면 알아들었을거야!

다행히 날이 흐려서 비닐하우스 안 일을 하기는 수월했다. 물 주는데 1시간 끈 매주는데 1시간~ 부지런히 하고 내려왔다.
봉덕이도 날이 더우니 더 놀지도 않고 얌전히 집으로 가자고 하더라...

그러고는 홀라당 아침 일과를 까묵었지 뭐~
온몸이 다 젖었으니 씻고 빨래하고 어쩌고~
늦은 아침밥 묵고 어쩌고...

늦게사 생각이 나서 비닐하우스 물 주고 헛고랑에 틀어놓고
그러고는 아이구 더워라 이카면서 들깻잎 한줌 뜯어서 들어왔지 뭐!

이 글을 치기 바로 전에 불현듯 떠올라서 후다닥 뛰어나가 배추 모종판에 물 뿌려주고 지지봉이랑 봉덕이 밥주고 들어왔는데~
그 와중에 또 까묵은거!
닭집에 안 올라가봤다 ㅎㅎㅎㅎㅎ
아이고오!!!
할 수 없다! 이따 해거름에 가봐야지~
또 닭모이통 청소 하라 해야지 뭐! 별일 없을겨!

창문 너머 마당 풀은 이제 정글로 변했고...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 이젠!
어차피 다음주에 몰아서 해치울 모양이야!
그래도 그럴 수 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까묵는게 일상이고...
세탁기 돌리는거 까묵고 돌려놓고 너는거 이자묵고 다 마른 빨래 걷지도 않고...

어제는 이 작은 산골마을 진입로 풀깍기 부역이 있었다. 집집마다 한사람은 꼭 나와야하는데 아지매들이 회관에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기로 하고
장정들은 예초기를 울러매고 풀 치러 나갔다.
저짝 구비구비 산길 아래 냇가 다리께까지 해야하는데 거기서 한 팀이 치면서 올라오고
마을에서 쳐내려가고~ 그러는거 같더라.
회관에 남아 밥하는 인원을 빼고 남은 아낙네들은 낫을 가지고 나가서 마을 초입에 있는 정자 주변 풀을 치고 잔디밭 잡풀을 뽑았다.
나온 사람 다 세어봐야 남자 7명 여자 10명...
이젠 그렇다... 그리고 가장 젊은 나이가 60세
70이면 장정이고 80이 되어야 어르신 소리를 들으며 뒷전에 설 수 있다.
두어 시간 일하고 회관에 모여서 늦은 아침밥 해묵고 놀다 헤어진다.
산녀는 그냥 풀치는 일만 거들고 양해를 구하고 들어왔다. 아픈 나무꾼 밥해줘야해서...

산골마을 인구가 자꾸 줄어드니 준비할 사람이 부족해서 마을 동제도 없어지고
어제같은 마을 길 제초작업 공동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으려나...

다행히 식전 6시부터 해서 그리 덥지 않아서 일할만 했다.

3일 아침에 모종판에 김장배추 씨앗을 넣었다. 근데 어제 싹이 하나둘 돋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 우와!!!

참 빠르다... 얘들이 이렇게 성질이 급했나?!
요즘 폭염에 습하고 무덥고 그래 싹이 빨리 텃나?!
보통 사흘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디...

마당 방티연못에 옮겨심은 연꽃이 피려고 한다.
무늬석창포를 다 캐서 아쉬람터 연못가로 옮겨심고 여기에 연화분 세 덩이를 옮겨심었었지!
백련은 아직 소식이 없고 홍련이 하나 꽂대를 올렸다!
시원시원 둥글넓적한 연잎이 보기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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